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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김광림 정책위의장과 함께 정의화 국회의장을 시작으로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대표, 국민의당 안철수·천정배 공동대표·박지원 원내대표·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를 잇따라 만났다. 정 원내대표는 여소야대 정국에서 야당, 특히 국민의당에 공을 들이는 모습이 엿보였다. 여소야대(與小野大) 정국에다 3당 체제에서 국민의당이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몸 한껏 낮춘 정진석…“부족하니 잘 지도해 달라”
정 원내대표는 더민주에서는 10분, 국민의당에선 30여 분 가량의 면담 시간을 할애했다. 국민의당의 상징색인 초록색 넥타이는 일부러 챙겼다. 의원 정수의 과반의석을 넘긴데다 교섭단체라고는 더민주뿐이었던 원유철 원내대표 때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도전적 환경에서 자연스레 몸을 한껏 낮출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정 원내대표는 먼저 김 더민주 대표를 찾아 “제가 존경하고 따르고 했던 어른이 김 대표”라며 “2010년 6월 청와대 정무수석을 하는데 다음날 조언을 부탁하려고 만난 기억이 있다”고 했다. 이어 “제가 많이 부족하니 잘 지도해 달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 대표는 “새누리당이 2당이 됐는데 정 원내대표의 활약이 중요하다”며 “더민주 원내대표는 원만한 분이 될 거다. 3당이 됐으니 원내대표의 역할이 좀 달라지지 않을까”라고 했다.
이에 대해 안 대표는 정 원내대표의 초록색 넥타이를 보며 “세심한 데까지 신경 써주셔서 협력이 잘 될 것 같다”며 “어제도 원내대표 선출된 후 협치와 혁신을 이루겠다고 했는데 그야말로 국민의 지상명령인 것 같다”고 했다. 협치를 강조하고 나선 정 원내대표를 향해 천 대표는 “대통령이 여당을 식민지배하는 양상이 계속됐고 협치와 타협이 이뤄지려면 청와대 특히 대통령으로부터의 독립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박지원과 포옹…“형님 만난다고 초록 넥타이 맸다”
정 원내대표는 두 공동대표와 면담 직후에는 박지원 원내대표와 만났다. 박 원내대표와는 악수 대신 포옹으로 친분을 과시했다. 둘의 인연은 정 원내대표가 1988년 정치부 기자 시절 특파원으로 있던 미국에서 처음 만나 시작됐다.
정 원내대표는 “형님 만난다고 일부러 넥타이도 초록색으로 하고 왔다”고 하자 박 원내대표는 “덩치도 크고 권력도 크고 원내 의석도 큰 정 원내대표가 됐기 때문에 앞으로 큰 정치를 해서 작은 정당을 잘 도와달라”고 화답했다.
“고향으로 돌아오라”…정 의장에 재입당 요청
정 원내대표는 앞서 정 의장과의 면담에선 “협치하라는 국민의 지상명령을 받들어 성숙해진 국회를 만들 수 있도록 기도해 달라”고 부탁했다. 이에 정 의장은 “국회가 국민에게 신뢰받고 인정받을 수 있도록 노력해 달라”며 “서로 협치하는 데 더 큰 노력을 해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정 원내대표는 “고향으로 돌아오라”며 재입당을 권유하기도 했다. 정 의장은 “고향인 부산으로 돌아가서 정치를 떠나 원래 직업인 의사로 돌아갈까 생각한다”면서도 “정 원내대표가 훌륭한 분이니 재고해야겠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