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A 출시 첫날 행사는 `북적`…영업점에선 `우왕좌왕`

직원 숙지 부족, 상품도 제한적…고객용 자료도 미비
"첫 3개월 수익률이 판세 가를 것…신중히 선택해야"
  • 등록 2016-03-14 오후 4:09:07

    수정 2016-03-14 오후 4:47:44

14일 오전 9시 개인종합자산계좌(ISA) 가입행사가 열린 한국투자증권 본사 객장(위쪽)과 같은날 오후 한 증권사 객장 모습.(사진=송이라 기자)


[이데일리 이명철 송이라 기자] 직장인 이명신(가명·33)씨는 점심시간을 이용해 여의도 S증권을 방문했다. ISA 홍보 현수막이 크게 걸렸지만 정작 자세한 상품 내용이 담긴 팜플렛은 찾아볼 수 없었다. 고객용이 아닌 증권사 내부 자료로 상담을 진행한 직원은 이씨의 질문에 대답을 못하고 연신 허둥지둥댔다. 안정적 상품 위주로 가입하려던 그는 상품 종류가 다음달에나 완전히 갖춰진다는 말에 발길을 돌렸다.

국민 재산형성을 돕는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가 14일 출시됐다. 증권사들은 일제히 자산관리 강점을 내세우며 시끌벅적한 홍보행사와 함께 고객몰이에 나섰다. 하지만 정작 출시 첫날 증권가 객장은 한산해 대조를 이뤘다. 고객을 일선에서 맞이하는 창구 직원들은 ISA 상품에 대해 제대로 숙지가 되지 않은 상태로 우왕좌왕하며 준비가 덜 된 모습을 여실히 드러냈다.

“ISA=희망계좌” 적극 홍보… 상담은 ‘우왕좌왕’

14일 오전 황영기 금융투자협회 회장과 유상호 한국투자증권 사장은 서울 여의도 한국투자증권 본사 영업점에서 ISA 1호 가입 행사를 개최했다. 수십명의 취재진이 몰린 가운데 1호 가입자인 강석훈 새누리당 의원은 “기대수익률 5~7%를 예상하고 일임형 상품에 가입했다”며 “ISA가 서민·중산층의 재산형성에 도움이 되고 국민의 노후보장을 해주는 ‘희망계좌’가 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황교안 국무총리도 이날 NH농협은행 대전중앙지점을 방문해 ISA에 가입했다. 금융상품 출시 행사에 정부 고위 당국자들까지 대동한 것은 이례적이다.

고위 관계자들이 총 출동해 홍보행사를 벌였지만 정작 일반 고객들을 상대로 한 ISA 판매 현장은 한산했다. 이날 오전과 점심시간을 이용해 여의도 대형 증권사들의 영업점을 둘러본 결과 실제 ISA 상담을 받거나 가입하는 고객은 극히 드물었다. ISA 이해를 돕기 위한 고객용 팜플렛이 구비된 곳도 찾아보기 힘들었다. 상품 출시 직전까지 상품 내용이 계속 바뀌어서 완성본을 내놓을 시간이 부족했다는 게 현장 직원들의 전언이다. 내부용으로 제작된 자료를 보여주면서 설명하고는 외부 유출이 되지 않는다며 가입 혜택 등이 담긴 종이 한 장을 대신 전달하는 곳이 대부분이었다.

신탁형과 일임형 상품구조에 대해 완벽하게 이해하지 못한 채 특판 상품을 알리기에만 급급한 직원들도 상당수였다. 자료에 나오지 않은 부분에 대해 질문을 던지자 대답을 못하고 본사에 전화를 해서 묻는 경우도 속출했다. 실제 고객이 증권사에 자금을 맡기고 증권사가 운용하는 ‘일임형’의 경우 제대로 숙지하고 있는 직원이 적었다. A증권사 직원은 주가연계증권(ELS)를 일임형으로 운용할 수 있다고 했다가 모델포트폴리오(MP)를 보고 나서야 신탁형으로만 가능하다고 번복하기도 했다. 그는 “상품내용이나 구조가 계속 조금씩 바뀌고 있어 정확한 내용은 문서를 보면서 공부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증권사가 은행에 비해 강점을 갖고 있다던 일임형보다 오히려 신탁형을 추천하는 직원도 있었다. B증권사 직원은 “일임형은 고수익인 ELS가 없고 어차피 매매차익이 비과세인 주식형 펀드가 편입돼 큰 매력이 없다”며 “신탁형을 가입해 특판 환매조건부채권(RP) 혜택을 얻고 ELS를 가입하거나 하는 방식이 더 유리할 것”이라고 귀띔했다. 수수료에 대해서는 먼저 묻기 전에 설명한 증권사는 단 한 곳도 없었다. 신탁형 상품의 경우 예·적금과 RP 등을 모두 편입할 수 있지만 대부분 증권사들이 은행과 2금융권 예·적금상품은 편입할 수 없었다. C증권사 관계자는 “아직 전산시스템이 완비되지 않아 일부 은행 상품만 가입할 수 있고 다음달 이후에나 저축은행 상품 등이 마련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대감에 객장을 찾은 고객들은 발길을 돌리기도 했다. 객장 앞에서 만난 직장인 신모씨는 “은행과 증권사 양쪽에서 모두 상담을 받아봤는데 제대로 내용을 알고 있는 직원이 거의 없는 것 같다”며 “아직 가입 가능한 상품 라인업도 갖춰지지 않은 것 같아 시간을 갖고 천천히 들 생각”이라고 말했다.

“초반 3달 수익률 관건… 성과 따라 가입 늘 것”

출시 첫날 불협화음을 나타내는 곳이 있기도 했지만 시작부터 가입 붐이 불지 않을 것이라는 부분은 업계에서 예상했던 바다. ISA는 1인 1계좌 상품으로 한번 가입하면 변경이 쉽지 않기 때문에 초기 수익률이 공개되고 난 후 가입하는 수요가 상당수로 예측되기 때문이다. 황영기 금투협회장은 “초기 3달 정도 수익률을 지켜보고 가입하겠다는 고객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연간 평균 수익률이 5% 정도 된다는 것을 보여주면 은행에서 증권사로 수요가 이동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금융회사들도 초반 3개월의 수익률로 경쟁력이 갈릴 것으로 전망했다. 한 증권사 상담 직원은 “현재로서는 일임형 목표 수익률을 예측·제시하기가 어렵다”며 “향후 수익률 공시가 되고 나면 증권사간 운용 능력을 알 수 있어 일임형 가입이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전문가들은 ISA 초기 금융회사들의 상품구성과 수수료 등을 비교해보고 신중하게 상품을 선택할 것을 조언했다. 실질 ISA에 혜택을 볼 수 있는 고객층은 연 5000만~1억원의 소득자로 이에 해당하는 고객들의 적극적인 가입을 당부했다. 유상호 한국투자증권 사장은 “특판 RP나 정기예금으로 활용하려면 신탁형이 유리하고 글로벌 주식에 분산투자를 원하면 일임형 가입을 추천한다”며 “일임형에서도 글로벌 채권형과 주식형은 기대수익률·변동성이 다른 만큼 투자성향에 맞게 판단하길 바란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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