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 저 마음에 들죠?'…'패러디' 증권사 리포트 눈길

분석보고서도 제목 싸움…톡톡 튀게 달아라
이병헌의 '성공적', TV 프로그램 제목도 차용
  • 등록 2015-04-06 오후 3:14:06

    수정 2015-04-06 오후 3:14:06

[이데일리 권소현 기자] 증권사 분석보고서가 톡톡 튀는 제목으로 눈길을 끌고 있다. 최근 유행처럼 번지는 연예인 패러디나 예능 프로그램 이름이 제목으로 등장하고 있다. 하루에도 300~400건씩 쏟아지는 분석보고서 속에서 한 번이라도 더 읽히려면 제목으로 승부해야 하기 때문이다.

6일 조선과 기계업종을 담당하는 이강록 교보증권 연구원은 이날 아스트(067390)에 대한 분석 보고서를 내면서 제목을 ‘언니! 저 마음에 들죠?’로 달았다.

최근 배우 이태임과 쥬얼리 출신 예원이 MBC ‘띠동갑내기 과외하기’를 촬영하던 중 이태임 목소리인 듯한 욕설에 예원이 반말을 하면서 “언니, 저 마음에 안들죠”라고 응수한 모습이 담긴 촬영상이 유출되면서 파장이 일었다. 이후 이 표현은 유행어처럼 번지면서 각종 코미디와 예능 프로그램에서 패러디되고 있다.

이 연구원은 이날 항공기 동체 부품을 제작하는 아스트에 대해 글로벌 항공산업 호황으로 수혜가 기대된다며 목표주가 2만5000원과 투자의견 ‘매수’로 분석을 개시했다.

아스트가 보잉사의 B737 기종에 제품 70%를 납품하고 있는데 최근 저가항공사들이 성장하면서 B737 기종에 대한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 실적이 크게 호전될 것이란 전망이다. 그러니 마음에 들 수밖에 없지 않겠냐는 것이다.

최근 이병헌 패러디도 증권사 분석보고서 제목으로 여러번 쓰였다. 배우 이병헌이 그를 협박한 모델 이 모 씨에게 스마트폰 메신저로 “지금 내 머리속? 내일, 너, 로맨틱, 성공적”이라고 보낸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 표현 역시 숱하게 패러디됐다.

‘성공적’이라는 표현 때문에 긍정적인 내용의 증권사 리포트 제목에 쓰였다. 김진우, 최원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달 말 S&T모티브(064960)에 대해 ‘DCT, 환율, 성공적’이라는 제목으로 보고서를 냈다. 자동화된 수동변속기(DCT)의 핵심 납품업체로 DCT 확대에 따른 수혜가 기대되는데다 원·달러 환율까지 상승하면서 수출비중이 80%에 달하는 S&T모터스의 수익성이 대폭 기대된다는 것.

정하늘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달 중국에 대한 분석 보고서 제목을 ‘금리인하, 전인대 성공적’으로 달았다.. 전인대를 앞두고 중국 인민은행이 금리인하를 발표한 만큼 중국 정부가 당분간 경기확장 정책에 무게를 둘 것이라는 기대 섞인 전망을 담았다. 지난달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의 공개시장위원회(FOMC)에 대한 김윤서 KTB투자증권 연구원의 보고서 제목도 ‘문구삭제, 완화적, 성공적’이었다.

삼성증권은 ‘나 혼자 산다’라는 TV 프로그램을 제목에 차용한 시리즈 보고서로 주목받았다. MBC 예능 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는 혼자 사는 유명인들의 일상을 관찰 카메라 형태로 담은 것으로 김용건, 전현무, 김광규, 이태곤, 육중완, 강남 등이 출연해 깨알 같은 솔로 생활을 공개한다.

같은 제목으로 삼성증권은 독신가구가 늘어나면서 바뀌는 트렌드와 이에 따른 수혜주를 분석한 보고서를 유통, 음식료, 취미에 걸쳐 시리즈로 3편까지 냈다.

1인 가구가 늘어나면서 편의점 매출이 늘어날 수밖에 없고, 간편식이나 배달음식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는 한편 취미가 고급화되면서 해외여행, 문화생활 등이 증가할 것이라며 이에 따른 수혜주를 세밀하게 분석해 호평받았다. 백찬규 삼성증권 연구원은 앞으로 IT, 콘텐츠, 헬스케어까지 세 편을 더 쓸 예정이다.

패러디는 아니지만 직설적이고 강렬한 제목도 눈에 띈다. 권성률 동부증권 연구원은 삼성전기(009150)에 대해 잘못된 판단에 투자의견을 올릴 타이밍을 놓쳤다고 고백하고 ‘보유’ 의견을 고수하면서 ‘그냥 바보로 남겠다’는 제목으로 보고서를 냈다. 디스플레이 업종에 대해서는 ‘중국도 생각이라는 게 있다’고 제목을 달았다. 그동안 우려했던 중국 업체들의 생산라인 투자가 무산될 위기에 처한 것에 대해 어느정도 예견됐다는 내용을 담은 것이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증권사 분석보고서도 제목 싸움”이라며 “한번이라도 투자자들에게 더 읽혀야 주가에 반영되기 때문에 무난하고 평범한 제목보다는 재치있는 제목을 고민하게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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