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불황 위기가 기회’…삼성SDI, JY가 찍은 말레이 투자 속도

지난해 10월 이어 올 4월 말레이 법인 유증
2025년까지 1.7조 투자해 스름반 2공장 준공
동남아 소형 전기 모빌리티 시장 공략도 나서
  • 등록 2024-06-04 오후 4:05:04

    수정 2024-06-04 오후 7:05:23

[이데일리 김성진 기자] 올해 초 “어렵다고 위축되지 말고 담대하게 투자해야 한다”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당부를 받은 전기차 배터리 업체 삼성SDI가 말레이시아 공장 투자에 속도를 낸다. 글로벌 전기차 ‘캐즘’(Chasm·일시적 수요 정체) 현상 탓에 투자 속도 조절에 돌입한 경쟁업체들과 달리 탄탄한 재무 체력을 바탕으로 위기 속 기회 잡기에 나선 것이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SDI는 지난 4월 30일 이사회 내 내부거래위원회를 개최하고 말레이시아 법인 유상증자 안건을 통과시켰다. 구체적인 유상증자 규모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대략 5000억원 미만으로 파악된다. 상장사 공시규정에 따르면 자기자본 2.5% 미만의 ‘타법인 주식 및 출자증권 취득’에 대해서는 공시 의무가 발생하지 않는다. 삼성SDI의 올 1분기 말 자본총계는 20조6051억원으로 나타났다. 앞서 삼성SDI는 지난 10월 이사회에서도 말레이시아 법인 유상증자 안건을 결의했으며 당시 유상증자 규모는 2000억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 2월 9일 올해 첫 해외 출장지로 말레이시아 스름반(Seremban)을 1공장을 찾아 생산법인 1공장을 둘러보는 모습.(사진=삼성전자.)
삼성SDI의 이번 유상증자는 말레이시아 스름반 2공장 건설을 위한 자금 수혈이다. 삼성SDI는 2022년부터 총 1조7000억원을 투입해 오는 2025년 2공장을 건설한다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스름반 공장은 1991년 설립된 삼성SDI의 최초 해외법인으로 초기에 브라운관을 제조하다 2012년부터 배터리 생산을 시작했다. 특히 이재용 회장이 올해 첫 해외 출장지로 이곳을 방문해 삼성이 그룹 차원에서 배터리 사업에 힘을 줄 것이라는 관측들이 나왔다. 삼성SDI 말레이시아 공장은 올해부터 전동공구와 전기자동차 등에 탑재되는 ‘프라이맥스 21700(지름 21mm·높이 70mm)’ 등 ‘원형 배터리’ 생산을 확대할 예정이다.

삼성SDI가 불황 속에서도 투자 고삐를 당길 수 있는 배경으로는 탄탄한 재무상태가 꼽힌다. 삼성SDI의 올 1분기 말 기준 부채비율은 72%로 국내 경쟁업체인 LG에너지솔루션(85%), SK온(188%)와 견줘 우수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무엇보다 영업이익률도 5.2%를 기록해 LG에너지솔루션(2.6%)과 SK온(적자)에 앞선다. 삼성SDI는 현재 말레이시아 2공장을 비롯해 미국 인디애나주에서 스텔란티스와 합작공장 2곳, 제너럴모터스(GM)와 합작공장 1곳을 건설하고 있다. 안정적인 영업·재무활동이 이어진다면 장기 투자 계획에도 큰 차질이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SDI는 또 동남아지역 소형 전기 모빌리티 시장 공략에도 나섰다. 지난 4월 이사회에서 싱가포르 판매법인을 설립 안건을 통과시키면서다. 최근 동남아지역에서 전기 이륜차, 킥보드 등 소형 모빌리티 사용 인구가 늘어나는 것에 주목했다. 산업부가 지난 3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동남아는 전 세계 이륜차 판매량의 50% 이상을 차지하는 곳으로 각국은 소형 전기 모빌리티 보급 확대를 위한 다양한 정책을 펼치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전기 이륜차 구매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으며 베트남은 2050년까지 모든 이동수단을 전동화한다는 계획을 추진 중이다.

삼성SDI 관계자는 “말레이시아 공장 투자는 현재 차질 없이 진행되고 있다”며 “싱가포르 판매법인은 동남아 지역에서 소형 전기 모빌리티 사업 기회를 모색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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