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비아 정정불안 심화..건설사 "철수하긴 해야 하는데…"

  • 등록 2014-07-29 오후 6:30:08

    수정 2014-07-29 오후 6:30:08

[이데일리 정수영 기자] 리비아 정정불안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현지에 진출해 있는 국내 건설사들이 잇따라 인력 철수작업에 들어갔다. 하지만 철수를 권고하고 있는 우리 정부와 달리 리비아 현지에선 발주처들이 사업을 서둘러달라고 오히려 독촉하고 있어 건설사들은 좌불안석이다.

29일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현재 리비아에 진출해 있는 국내 건설사는 30개사(지사 및 법인 포함)로 이들이 시공 중인 공사현장은 모두 49건, 계약금 기준으로는 102억 달러에 이른다.

이들 건설사들은 일단 정부가 30일 리비아를 여행금지국으로 지정하면 공사를 계속 진행하기 힘든 만큼 철수준비에 들어간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현지에 진출해 있는 국내 건설사들은 철수를 하더라도 발주처 눈치를 봐야 해 바로 철수는 어려운 상황이다.

대우건설의 경우 이미 민병대간 교전이 이어지고 있는 리비아 수도 트리폴리 현장 인력 27명을 200km 떨어진 미수라타 발전소 건설현장으로 이동시켰다. 이 회사는 현재 리비아에서 4개 프로젝트를 진행중이며 이외에 지사와 법인을 각각 한개씩 두고 있다. 투입된 인력은 한국인 107명과 제3국인 800명 등 총 907명이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정부가 철수명령을 내리면 각 현장별로 상황에 맞는 대응에 나설 계획”이라며 “하지만 일단 발주처와 협의를 먼저 거쳐야 한다”고 설명했다.

대우건설은 2011년 리비아가 여행금지국으로 지정됐을 당시 이미 상황별 전략과 탈출경로 등 위기 대응메뉴얼을 만들어 놓은 상태다. 최근에도 위기 메뉴얼을 점검하는 등 비상사태에 대비하고 있다.

현대건설은 지난 28일부터 현대엔지니어링과 공동으로 비상대책본부를 마련, 24시간 가동하고 있다. 또 30일까지 각 현장별 상황과 대응방안 등을 취합해 최종적인 대응방안을 수립할 계획이다. 두 회사가 리비아에서 진행중인 사업장은 지사 한 곳과 현장 5곳으로 한국인 242명, 제3국인 2408명이 현재 근무중이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30일까지 각 현장 보고 받은 뒤 상황에 맞는 대응전략을 짠 뒤 철수여부 등을 결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대림산업은 이미 5월 말 베니나 국제공항 터미날공사 인력을 철수했다. 대림산업 관계자는 “발주처와 상의 하에 정정상황이 나아지거나 안전이 보장될 때까지 사업을 중단하기로 합의했다”고 설명했다. 베니나 국제공항 공사는 공정률이 38% 정도에서 멈춘 상태다.

해외건설협회 관계자는 “전체 해외건설 사업 중 리비아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고, 2011년 철수사태를 한번 경험한 적이 있어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본다”며 “발주처가 비협조적인 경우는 우리 정부까지 나서 양애를 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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