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기업 美증시 안 간다…2년 만에 IPO 95% 급감

미중 회계 갈등·중국 당국 규제 리스크에
올해 미국서 2억달러 이상 조달 中기업 '0곳'
  • 등록 2023-12-14 오후 5:21:37

    수정 2023-12-14 오후 5:21:37

[이데일리 김겨레 기자] 미·중 갈등이 고조되면서 최근 2년 사이 중국 기업의 미국 뉴욕증시 상장이 급격히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AFP)


14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뉴욕증시에 상장한 중국 기업 공개(IPO) 규모는 2021년 130억달러(약 16조8700억원)에서 올해 6억달러(약 7785억원)로 95% 급감했다. 2021년까지만 해도 뉴욕증시에서 2억달러(약 2595억원) 이상을 조달한 중국 기업은 12곳에 달했지만, 올해 들어서는 단 한 곳도 없었다.

뉴욕증시로 향하는 중국 기업이 대폭 줄어든 이유는 미국과 중국 당국의 압박 때문이다. 지난해 미 증권거래위원회(SEC)는 미국의 회계기준에 맞춰 감리를 받지 않은 중국 및 홍콩 기업들을 뉴욕증시에서 퇴출하겠다고 경고했다.

보안을 이유로 미국 당국의 감사 기록 접근을 거부하던 중국은 기업들이 미국에 회계감사 자료를 제출할 수 있도록 허용해 한발 물러섰다. 이에 텐센트와 바이두 등 중국의 대표적인 빅테크 기업들은 퇴출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다만 미·중 당국이 회계 감독권을 두고 합의한 지 1년이 지났음에도 중국 기업의 뉴욕증시 IPO 흐름을 되살리지는 못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 당국이 자국 기업의 뉴욕증시 상장을 탐탁지 않게 여기는 것도 한 몫 했다. 지난해 중국 정부의 반대에도 뉴욕증시 상장을 강행한 ‘중국판 우버’ 디디추싱은 당국의 규제 철퇴를 맞고 결국 자진 상장 폐지를 결정했다. 당시 중국 정부는 디디추싱을 상대로 사이버 보안 조사를 벌이고 중국 앱스토어에서 디디추싱 관련 애플리케이션을 차단했다.

블룸버그는 “미·중의 회계 갈등과 중국 당국의 규제 리스크 때문에 뉴욕증시에서 대규모 IPO를 시도하는 기업이 사라졌다”고 전했다.

다만 중국 스타트업에 뉴욕증시 상장은 여전히 매력적인 선택지다. 뉴욕증시는 홍콩증시와 비교해 상장 기업에 요구하는 수익성 요건이 까다롭지 않아서다. 중국 지리자동차의 전기차 브랜드 지커와 반려동물 헬스케어 기업 루이펑 등 37개 기업이 올해 뉴욕증시 상장을 신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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