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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성채윤 인턴기자] 서방 국가들이 벨라루스 정부의 반(反)인권적·독재통치를 비난하며 제재에 나섰다.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은 관련 비판과 의혹에 사실 무근이라며 필요시 강경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국영기업·올림픽위원회 등 제재대상에
9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날 벨라루스 정권 인사 23명과 기관 21곳에 대한 제재 조치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루카셴코) 체제가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벌이는 불법적 노력에 대항하기 위한 것”이라며 제재 이유를 설명했다.
벨라루스에서 루카셴코 대통령은 지난해 8월 재선에 성공해 ‘유럽의 마지막 독재자’로 26년째 군림하고 있다. 그러나 재선 이후 부정선거 논란이 일면서 전국에서 20만명 규모의 반정부 시위가 수개월간 이어지고 있다. 루카셴코 정부는 3만5000명에 이르는 언론인 등 시위 참가자들을 체포했으며, 주요 야권 인사를 포함한 15만명 이상의 시민들은 이웃나라인 우크라이나로 내쫓긴 것으로 알려졌다.
제재 대상에는 벨라루스 최대 국영기업이자 비료 생산기업인 벨라루스칼리 OAO가 포함됐다. 벨라루스칼리 OAO는 벨라루스 정권의 불법적인 부 축적의 대표 수입원으로 알려졌다. 지난 2일 도쿄올림픽에 참가했던 벨라루스 육상선수 크리스티나 치마노우스카야(24)의 망명 논란 관련 벨라루스올림픽위원회(NOC)도 제재 블랙리스트에 올랐다.
유럽연합(EU)는 벨라루스에 대한 새 제재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조셉 보렐 EU 외교안보정책 고위대표는 강력한 제재를 마련해 내주 열릴 장관 회의에서 승인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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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카셴코 야권 시위·부정선거 의혹 등 전면 부인
그는 야권 시위와 관련해선 “러시아로부터 (벨라루스를) 떼어내려는 서방의 교활한 작전”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작년 대선은 “완전히 투명한 절차를 거쳐 치러졌다”며 부정선거 의혹을 일축했다.
루카셴코 대통령은 또 최근 숨진 채 발견된 반체제 인사 비탈리 시쇼프(26)의 죽음과 자신은 관련이 없다고 부정했다.
도쿄 올림픽에서 강제 귀국당할 뻔하다가 폴란드로 망명한 크리스티나 치마노우스카야 선수와 관련한 질문에 대해선 “그는 누구인가?”라며 무시하다 이어 “(치마노우스카야 선수는) 폴란드에 의해 조종당하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지금까지 (벨라루스에서) 어떤 탄압도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것”이라며 “탄압을 촉발하는 것은 내 머리에 총을 겨누는 것과 같다는 사실을 아주 잘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루카셴코 대통령은 “내가 퍼렇게 변한(아주 늙은) 손가락으로 권좌를 붙잡고 있을 생각은 없다”면서, 내년 초 개헌을 위한 국민투표 이후 대선을 치르고 퇴임할 것임을 시사했다. 구체적인 시점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