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악관과 보건복지부 등은 21일(현지시간) 이른바 ‘오바마케어’를 의미하는 건강보험개혁법(ACA·Affordable Care Act)에 따라 보험사의 예방 치료 서비스 보장 내용을 확대하도록 하는 연방 의무 관련 규칙 변경안을 공개했다.
새 규칙은 약국에서 처방전 없이 구매할 수 있는 피임 관련 약 등도 보험 적용 대상에 추가하도록 한다. 여기에는 경구용 사전 피임약 노르게스트렐(제품명 오필)과 응급피임약, 콘돔 등이 포함된다. 보험사들은 그간 의사가 처방을 한 경우에만 피임 관련 약 등에 대한 비용을 부담해왔다.
제니퍼 클라인 백악관 젠더 정책위원회 국장은 “이 규칙이 시행되면 민간 보험에 가입한 5200만명의 가임 여성에 대한 피임 관련 보장이 확대된다”고 설명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이날 성명을 내고 “우리 행정부는 10여 년 만에 최대로 피임 관련 보험 적용을 확대한다”면서 “이 같은 규칙은 저렴한 피임 관련 선택지를 더 많이 제공함으로 생식의 자유(출산과 관련해 여성이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권리)를 보호하려는 정부의 노력을 토대로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른바 극단주의자 지도자들은 모든 분야에서 생식의 자유를 공격하고 있다”면서 “의회 내 공화당은 피임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법안을 반복적으로 막았으며 체외인공수정(IVF·시험관) 시술에 대한 접근을 보호하는 것도 지속해 거부하면서 전국적인 낙태 금지법을 제안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새 규정은 관보 게재 후 60일 후 시행된다. 다만 내달 5일 치러지는 대선 이후 시행 돼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할 경우 새 규정 적용이 뒤집힐 가능성도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표심을 의식해 연방 차원의 낙태권 보장에 명확한 찬반 의견을 내지 않고, 주 정부 재량이라는 주장만 반복하고 있어서다.
앞서 바이든 정부는 지난 17일 공공부문 근로자에 대한 학자금 대출 탕감(PSLF) 프로그램을 통해 6만명이 넘는 대출자의 학자금 45억 달러(약 6조1700억원)를 추가로 면제해 주겠다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임기 초부터 학자금 대출 탕감에 역점을 두고 정책을 추진해 왔다. 지난 2022년 최대 4300만명을 대상으로 대학생 1인당 최대 2만달러의 대출 상환 면제 방안을 내놨으나 지난해 6월 대법원은 무효 판결을 내렸다.
바이든 정부가 대선을 코앞에 두고 선심성 정책을 잇따라 내놓는 것은 해리스 후보에 대한 젊은층의 지지율이 정체 상태를 벗어나지 못한 데 따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워싱턴 포스트(WP)와 샤 스쿨이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15일까지 7개 경합지역 등록 유권자 5016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에서 해리스 후보와 트럼프 후보의 지지율은 각각 47%로 동률을 기록했다. 오차범위는 ±1.7%포인트로 양측은 투표함이 열리기 전까지는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특히 전체 주요 주 유권자의 6%는 해리스와 트럼프 후보 중 어느 쪽도 지지하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WP는 이날 백악관이 발표한 피임약 지원 새 규칙과 관련해 “무료 피임에 대한 접근성 확대는 선거를 2주 앞두고 민주당의 가장 인기있는 이슈 중 하나를 부각시킨 것”이라고 짚었다. 이어 “해리스 부통령이 생식권을 대선 캠페인의 핵심으로 삼고, 민주당이 트럼프 전 대통령을 꺾는 것 뿐만 아니라 상·하원 선거에서 승리를 거두는 데 기대를 걸고 있는 가운데 나왔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