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침체 막으려 '빅컷' 했지만…연준, 다음 금리인하 폭은?

고용안정 파이터 된 파월 "고용 강할 때 지지해야"
7월 놓친 금리인하 따라잡기 위한 '빅컷' 결정 시사
추후 '빅컷' 가능성은 차단…"새로운 속도 아니다"
중립금리 상향 가능성 언급.."금리인하 속도 늦출수도"
  • 등록 2024-09-19 오후 4:03:12

    수정 2024-09-19 오후 7:49:23

[그래픽=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뉴욕=이데일리 김상윤 특파원] 연방준비제도가 피벗(긴축정책서 전환)을 시작하면서 ‘빅컷’(50bp 인하) 결정을 내린 것은 고용둔화를 막기 위한 예방적 조치다. 인플레이션 위험은 줄었지만, 고용시장 악화 위험이 증가한 가운데 고용침체가 가시화되기 전에 일단 ‘빅컷’부터 단행하고 나서 시장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판단이다. 특히 지난 7월 금리 인하 타이밍을 놓친 터라, 뒤처진 금리 인하 속도를 따라잡으려는 측면도 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이날 “뒤처지지 않겠다”는 표현을 썼다.

고용시장 안정 꾀하고, 연착륙 가능성 키워

연준은 자신들의 핵심 책무를 기존 ‘물가 안정’에서 ‘고용시장 안정’으로 변경했다. 파월 의장은 17~18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마친 뒤 기자회견에서 “고용시장은 견고한 상태에 있고, 우리는 그 상태에 머물러 있기를 원한다”며 “고용시장이 강할 때 이를 지지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7월 4.3%, 8월 4.2%까지 치솟은 실업률이 더 악화하지 않도록 선제적으로 금리를 조절하겠다는 얘기다. 그는 “통화정책의 적절한 재조정은 고용시장 강세 유지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파월이 ‘인플레이션 파이터’가 아닌 ‘고용안정 파이터’로 변모한 것이다.

특히 연준이 첫 피벗에서 빅컷 결정을 내린 것은 지난 7월 FOMC에서 금리 인하 시기를 놓친 데 따른 후속조치임을 시사했다. 그는 7월 FOMC(7월31일) 이후 나온 7월 고용보고서(8월2일) 결과를 알았다면 “7월에 금리를 내렸을 수도 있다”고 언급했다. 7월 25bp 인하까지 포함하면 이달에 ‘빅컷’에 나설 수밖에 없음을 토로한 것이다.

연준의 고용안정에 대한 조바심은 이날 공개된 경기전망에서도 드러난다. 연준은 올해 실업률을 4.4%로 대폭 높였다. 지난 6월(4.0%)에서 무려 0.4%포인트를 상향한 것이다. 경제성장률 역시 기존 2.1%에서 2.0%로 하향 조정했다. 3개월 만에 연준의 경제전망이 확연히 달라진 것이다. 자칫 금리를 충분히 내리지 않을 경우 경기침체 리스크가 커지고 연준이 원하는 연착륙은 달성하지 못할 우려가 커진 것이다.

파월 의장은 빅컷 결정이 경기침체 우려를 더욱 부각할 가능성도 차단했다. 그는 “미국 경제는 기본적으로 괜찮다”며 수차례 강조했고 “오늘 결정은 그 상태를 유지하도록 설계됐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고용에 대한 하방 위험이 증가했지만, 지난 8월 실업률 4.2%는 매우 건강한 상태다. 이민자 유입의 증가 원인도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경제가 둔화할 가능성은 있지만, 연준의 빅컷 단행과 향후 금리 인하에 따라 경착륙할 가능성을 줄였다는 설명이다. 파월 의장은 시장이 원했던 빅컷과 경기침체 우려 차단을 모두 다 들어주면서 완전한 ‘비둘기’(통화완화 선호) 색채를 띤 것이다.

연준 경제전망표
‘매파적 빅컷’…연준, 점진적 금리 인하 전망

하지만 추후 금리 인하는 점진적으로 이뤄질 것이라는 점을 시사하면서 시장에 다소 실망감을 안겨줬다. 파월 의장은 “50bp 인하를 보고 이것이 새로운 속도라고 말하는 사람은 없어야 한다”며 “우린 데이터를 기반으로 적절하다고 생각하는 만큼 빠르게 또는 느리게 움직일 것”이라고 언급했다. 향후 빅컷이 계속 이어질 수 있다는 기대를 차단한 것이다. 이번 결정이 ‘매파적 빅컷’이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이는 연준의 점도표(금리 전망)에서도 드러난다. 연준은 올해 최종 기준금리 수준을 4.4%(중간값)로 제시했다. 현재 금리보다 약 50bp 인하를 예상한 것으로, 11월과 12월 각각 25bp씩 인하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미국 대형은행인 골드만삭스는 “점도표상 연내 100bp 인하 전망은 앞으로 남은 두 번 회의에서 베이비스텝을 취할 것을 의미한다”고 진단했다.

내년 최종금리는 4.1%에서 3.4%로 낮췄지만, 금리 인하 폭은 100bp에 그친다. 웰스파고는 “연준이 빅컷으로 피벗을 시작했지만, 향후 회의에서는 빅컷을 하지는 않을 수 있다는 신호를 보냈다”며 “특히 내년에는 더 느린 속도로 통화정책 완화가 있을 것을 시사했다”고 평가했다.

경기과열이나 침체를 유발하지 않고 잠재성장률을 달성할 수 있게 하는 중립금리가 상당히 높다는 발언도 매파적 발언이었다. 그는 “아마도 (실질) 중립금리가 마이너스였던 그 시대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며 “중립금리는 아마도 그때보다 상당히 높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론상 금리인 중립금리 수준을 정확히 측정할 순 없지만, 연준은 사실상 장기금리 추정치 중앙값을 중립금리로 간주하고 있다. 이날 연준은 장기금리 전망치도 2.8%에서 2.9%로 상향했다. 물가상승률(2%)을 제외하면 실질중립금리는 0.9%에 달한다. 기준금리가 2%대로 떨어지기가 쉽지 않음을 시사한 것이다.

골드만삭스는 “파월이 중립금리가 지난 사이클에 비해 높은 수준일 것으로 예상하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며 “향후 고용시장이 양호하다면 연준이 인하 속도를 늦출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이날 뉴욕증시는 빅컷 결정이 나오자 상승폭을 키웠지만, 결국 ‘매파적 빅컷’이었다는 판단에 상승폭을 반납하고 약보합으로 마감했다. 연준 정책에 민감하게 연동하는 2년물 국채금리는 3.6bp 오른 3.628%까지 올랐고, 내후년 금리 인하가 더딜 것이라는 판단에 장기금리인 10년물 국채금리는 7.1bp 뛴 3.713%까지 치솟았다. 빅컷 결정에 약세를 보였던 달러 역시 강보합으로 돌아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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