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기훈 기자] 수년째 적자의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는 LG실트론을 바라보는 신용평가업계의 시선이 갈수록 싸늘해지고 있다. 신용등급이 LG그룹 계열사 중 사실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지만 단기간내 개선이 어렵다는 전망에 힘이 실린다.
한국신용평가는 지난 8일 정기평가를 통해 LG실트론의 기업어음(단기) 신용등급을 ‘A2-’에서 ‘A3+’로 강등했다. 한신평은 판가 약세에 의한 지속적인 매출 외형 축소와 계속된 적자 누적으로 인한 재무레버리지 확대를 등급 하향 근거로 내세웠다. ‘A- 부정적’으로 매겼던 무보증회사채(장기) 신용등급의 경우 지난 6월과 9월에 회사채를 각각 200억원씩 매입 소각해 상환을 완료했다는 점을 들어 등급을 취소했다.
한신평은 지난 5월 수익성 악화를 이유로 LG실트론의 장기 신용등급을 ‘A- 안정적’에서 ‘A-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하고 등급 강등 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다. 통상 신용평가사들이 장·단기 신용등급을 함께 조정한다는 점에서 회사채 조기 상환이 이뤄지지 않았다면 ‘BBB+’로의 강등이 확실했을 것이란 게 업계 관계자들의 판단이다. 현재 LG그룹 계열사 가운데 ‘BBB+’ 이하 신용등급을 보유한 회사는 없다.
LG실트론은 반도체 원재료인 실리콘 웨이퍼를 만들지만 최근 웨이퍼 산업 환경은 녹록지 않다. 특히 선두권 일본 웨이퍼업체들이 엔화 약세를 등에 업고 전략적으로 판매단가를 내리면서 큰 타격을 받고 있다. LG실트론 주력 제품인 300mm 웨이퍼 평균 판가는 2011년 100달러에서 2015년에는 그 절반인 50달러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는 수익성 악화로 직결되고 있다. 2013년부터 적자 행진 중인 LG실트론의 영업이익률은 2012년 6.2%에서 2013년 -2.1%, 2014년 -4.5%로 계속 낮아지고 있다. 올 상반기에도 134억원 영업손실을 냈다. 차입금 의존도와 부채비율도 2012년 각각 54.4%, 183.6%에서 올 6월 기준 66.9%, 349.7%로 높아졌다.
LG실트론의 상각전영업이익(EBITDA) 창출력 회복세가 지금의 과중한 재무부담을 단기간에 해소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LG그룹 계열사지만 재무적 투자자(FI) 지분율이 49%에 달해 최대주주인 LG가 단독으로 재무 지원에 나서기 어렵다는 점도 신용도 회복의 발목을 잡고 있다.
국내 1세대 사모펀드(PEF)인 보고펀드는 LG실트론에 FI로 참여했다가 사상 초유의 PEF 인수금융 디폴트의 주인공이 된 바 있다. 최근에는 일본계 PEF인 오릭스가 49% 지분 인수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신평은 “오릭스의 지분 확보시 최대주주인 LG와의 주주간 협약사항이 LG실트론에 대한 LG그룹의 지원 가능성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어 지분구조 변화를 관찰하고 있다”며 “또 회사 수익성 및 현금창출력 개선 여부와 그 폭, 유상증자를 통한 자본 확충 여부에도 주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LG 관계자는 “연간 적자가 이어지곤 있지만, 분기별로는 올 2분기에 소폭 흑자로 전환됐다”며 “이제 서서히 바닥을 찍고 개선되는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