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찬현 감사원장이 지방자치단체와 교육자치단체에 ‘칼’을 빼들었다. 복지는 물론 사회간접자본(SOC)·정보화 등 지자체의 대규모 재정사업 전반을 살펴 예산 집행 과정에서의 비효율과 누수요인을 사전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황 원장의 발언은 현행 지방재정제도가 지자체의 방만 경영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보고 그에 걸맞은 대대적인 점검을 예고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지방교부세의 경우 지자체가 자체 세입을 확대하면 중앙정부에서 내려오는 돈이 줄어 자체 세입 확대에 미온적일 수밖에 없고 남은 돈은 방만하게 쓰게 되는 비효율적 구조로 설계됐다는 지적이 많다.
황 원장은 4일 서울 삼청동 감사원에서 신년 기자간담회를 갖고 “국가 전체가 그렇지만 (지자체의) 세입 부분이 상당히 열악해지고 줄고 있다”며 “감사원은 세원확보나 이런 부분에 대해서도 감사영역을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26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증세 대신 지방재정제도를 손봐 세수부족을 채우겠다는 뜻을 내비친 박근혜 대통령의 발언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이다.
황 원장은 공직사회의 원칙과 기강을 바로 세우겠다는 뜻도 분명히 했다. 특히 국민과 기업 불편을 유발하는 무사안일·행정편의 업무관행을 비리에 준해 엄단하겠다고 했다. 그는 “고질적 방산비리는 발본색원한다는 각오로 엄정하게 대처하는 한편 무기체계 전반에 대한 감사를 병행해 안보위협 요인을 해소하는 데 힘쓰겠다”고 설명했다.
황 원장은 이명박(MB)정부의 대표적 실패 사례로 꼽힌 ‘자원외교’ 정책의 성과를 국회 국정조사가 마무리되는 5월 이후 재평가하겠다고 밝혔다. 여야의 국정조사 특위가 활동에 돌입한 가운데 이 전 대통령이 최근 펴낸 회고록에서 자원외교 추진의 정당성을 거듭 강조한 만큼 감사원의 칼끝이 어디로 향할지 주목된다.
황 원장은 4대강 사업 감사결과를 놓고 ‘감사원의 비전문가들이 판단할 문제가 아니다’라고 밝힌 이 전 대통령의 발언엔 특별히 대응하지 않았다. 그는 “직원들이나 감사위원회에서 주어진 자료를 면밀히 봐서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고 있다”며 “제가 취임하기 전 일이고 전직 대통령이 말씀한 부분에 대해 가타부타 말하는 것이 적절치 않은 부분이 있다”고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