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원장은 2일 오후 서울대에서 열릴 ‘2024 경제학 공동학술대회’ 제2전체회의(한국의 부채문제, 어떻게 할 것인가) 기조연설에서 정부부채의 심각성 및 관련 개혁의 시급성을 강조하며 이같이 언급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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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대출의 증가율이 명목 GDP 증가율과 비슷한 점을 고려하면 공적지원이 급증하지 않았더라면 GDP 대비 가계대출 비율이 증가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결국 정부가 개입한 공적 금융기관이 민간부채의 급격한 확대의 원인이라는 얘기다.
그는 “시중 은행의 입장에서는 공공기관 보증이 첨부된 대출의 건전성을 꼼꼼히 살펴야 할 이유가 많지 않고, 보증의 양적 확대가 기관의 ‘업적’으로 인식되는 공공기관의 입장에서도 보증심사를 면밀하게 진행해야 할 인센티브를 찾기 어렵다”며 “이런 상황에서 개인은 보다 쉽게 대출을 늘릴 수 있고, 또 늘리는게 유리한 입장에 처하게 된다”고 말했다.
조 원장은 이같은 공공기관이 보증이 서민대책의 차원에서 추진됐으나 지원 대상인 ‘서민’의 정의가 모호하고, 대상 범위가 지나치게 확대해석돼 우리가 우려하는 가계부채 문제의 원인을 제공한 것은 아닌지 되돌아볼 것도 주문했다.
그는 대기업 대비 중소기업의 급격한 대출증가 역시 정부의 개입이 있었기 때문으로 봤다. 그는 “그 배경에는 여타 선진국을 압도할 정도로 광범위한 정부의 중소기업 지원이 자리하고 있다”며 “금융시장 충격의 단기적 파급을 완충하는 역할을 할 수는 있을 것이지만, 중장기적으로 금융시장의 효율성 저하와 중소기업의 부채의존성 증대시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유례없는 저출산과 고령화 속도를 감안한다면 우리나라의 재정에 대해 그리 낙관적 생각을 할 수만은 없다”며 “KDI 내부의 추산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GDP 대비 국가부채 비율이 2050년에 100%를 상회하고, 이후에도 빠른 속도로 상승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시급성을 강조했다. 연금제도 미개혁시 부족분을 정부부채로 충당한다면 2070년에는 250% 이상으로 급등할 것이라고도 경고했다.
조 원장은 “저출산·고령화와 같은 인구구조 변화의 영향이 보다 극적으로 나타날 장기 시계에서 바라볼 때, 개인적으로 가계나 기업의 민간부채보다 정부부채가 더 심각한 문제일 수 있다”며 “저출산·고령화가 민간부채를 지속적으로 증가시키는 구조적 요인으로 작동할 것이라는 근거는 뚜렷하지 않은 반면, 정부부채는 인구구조 변화에 결정적으로 의존할 것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1997년 외환위기로 기업 및 자산가격이 폭락했음에도 우리나라가 1년 만에 회복한 이유로 정부의 재정이 큰 밑받침에 된 점을 언급하며 “개인적으로 한 나라의 정부가 파산하는 경우가 ‘나라가 망한다’는 의미에 보다 가깝다”며 “정부부채가 외채에 의존하지 않아 나라의 주권은 보전한다고 하더라도, 납세자이며 채권자인 국민과, 채무자인 정부의 채무재조정 과정에서 경제를 지탱해줄 부문은 거의 존재하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연금개혁과 관련해 조 원장은 “개혁을 지체하는 데에 따른 사회적 비용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는 사실을 감안할 때, 개혁의 시급성만큼은 강조하고 싶다”며 “한 예로, 연금개혁이 1년 지체될 때 발생하는 추가적 부담은 수십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 경제를 이해하고 장래를 내다보는 과정에서 부채 문제는 반드시 살펴보아야 할 주요단면”이라며 “그러기 위해서는 부채의 양적 측면과 질적 측면, 부문별 부채의 유사점과 상이점, 부채가 증가하게 된 원인과 이를 제어하기 위한 올바른 정책 방향 등 논의해야 할 이슈가 너무도 많다”며 부채문제에 대한 심도있는 논의가 진행되길 희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