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방국, 中 열병식 견제 눈초리…"과시목적 호화쇼"

서방언론, 실시간 보도…시진핑 체제 공고화 의도 지적
美오바마, 전승기념일 맞아 日 껴안기…"화해의 모델"
EU, 中전승절 행사 회원국 정상 전원 불참 불발
  • 등록 2015-09-03 오후 5:30:25

    수정 2015-09-03 오후 5:30:25

3일 베이징에서 열병식이 열리고 있다. (사진=AFPBBnews)
[이데일리 신정은 기자] 3일 톈안먼(天安門) 광장에서 열병식에서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은 자국산 최고급 승용차 훙치(紅旗)를 타고 사열했다. 공산당의 붉은색 깃발에서 이름을 딴 훙치는 중국 이치(一汽·FAW) 자동차 그룹이 생산하는 럭셔리카로 중국 자동차 산업의 자존심을 대표하는 차량이다.

‘중국의 벤틀리’라고도 일컬어지는 훙치는 1956년 자국산 차량이 필요하다는 마오쩌둥(毛澤東) 당시 국가주석 지시로 개발에 들어가 1958년 처음 생산됐다. 훙치는 1959년 건국 기념 열병식에서 국가주석 사열용 차량으로 처음 쓰인 후 그 후 열린 열병식에서도 중국 국가지도자들은 항상 훙치 승용차를 타고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시 주석이 이날 열병식에서 탄 차량이 정확히 어느 모델인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지난해부터 생산된 대표모델 훙치L5는 가격은 650만위안(12억원)이다.

이날 열병식에서는 다양한 ‘숫자 상징’들이 눈길을 끌었다. 열병식에서 가장 두드러진 숫자는 역시 항일전쟁 승리 70주년을 뜻하는 ‘70’이었다. 헬리콥터 편대는 아라비아 숫자 ‘70’ 모양으로 대열을 맞춰 열병식장 상공을 비행했고 열병식 소요시간도 오전 10시(현지시간)부터 70분가량으로 맞춰졌다.

중국이 한족과 55개 소수민족을 합친 전체 56개 민족으로 구성됐음을 뜻하는 ‘56’도 빼놓을 수 없다. 이날 열병식에서는 개막과 함께 56개 민족의 화합을 상징하는 56문의 대포가 승전 70주년에 맞춰 70발의 예포를 발사했다.

또 하나 눈에 띈 숫자는 ‘갑오전쟁’(청일전쟁)이 발발한 1894년부터 올해까지 121년이 지났음을 의미하는 ‘121’이다. 이날 국기게양을 맡은 호위부대는 톈안먼 광장의 인민영웅기념비에서 게양대까지 이동하면서 121보를 걸었다.

이는 2차대전 시기 극에 달했던 일제의 만행이 청일전쟁 때 본격적으로 시작됐으며 그 후 121년간 중국 인민이 외세의 침략에 저항하고 난관을 극복해왔음을 강조한 것이다.

국기게양식에 참가하는 기수대원이 200명이라는 점도 의미깊었다. 200이라는 숫자는 시진핑 지도부가 제시한 ‘양대 100년’의 목표(풍족한 생활을 누리는 사회, 조화로운 현대 사회주의 국가 건설)를 뜻한다.

이밖에 예포 56문 중 28문이 동시에 포를 발사한 장면은 1921년 공산당 창당 이후 1949년 신중국 건국까지 28년이 걸렸음을 반영했다. 또 국공(國共·국민당과 공산당) 양당 노병이 포함된 2개의 항일전쟁 노병 대오를 호위한 45대의 무장경찰 오토바이는 2차대전이 끝난 1945년과 연결됐다.

서방 언론매체들은 중국 전승절 행사를 발빠르게 보도하면서도 이를 ‘호화 퍼레이드’나 ‘화려한 축제’라고 표현하며 국제사회에 중국의 위상을 과시하기 위한 목적으로 기획됐다고 평가했다.

영국 BBC방송은 “중국이 사상 최대 규모의 호화로운 퍼레이드로 자신의 군사력을 공개했다”며 “중국이 열병식에서 입증하려는 것은 최근 이뤄낸 국제사회에서의 성취 과시”라고 보도했다.

미국 CNN방송은 BBC와 마찬가지로 미국과 중국의 군사력을 비교하는 그래픽을 통해 중국의 군사력 과시에 주목하면서도 “화려한 군사축제로 베이징이 통제됐다”며 다소 비판적 시각을 보였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태평양전쟁 종전 70주년 기념일을 맞아 일본을 적극적으로 껴안는 메시지를 전달하면서 중국이 열병식을 통해 일본의 군국주의 부활을 견제하려는 행보와 뚜렷한 대조를 나타냈다.

오바마 대통령은 2일(현지시간) 성명을 발표하고 “태평양전쟁의 종전은 미·일 관계의 새로운 장이 시작됐음을 의미하는 것”이라며 “이후 70년을 거쳐온 미·일 관계는 화해의 힘을 보여주는 모델”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과거의 적이 견고한 동맹이 되어서 아시아와 글로벌 무대에서 공통의 이해와 보편적 가치를 증진하기 위해 함께 노력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유럽에서는 유럽연합(EU) 차원에서 당초 중국 전승절 행사에 회원국 정상 전원 불참 등 공동 보조를 취하려 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미국 정치전문 매체 폴리티코 유럽판에 따르면 EU는 지난 6월과 7월 두 차례에 걸쳐 회원국 외교분야 실무자회의에서 전승절 행사와 관련 회원국 정상 불참 등 공동보조를 논의했지만 체코 때문에 불발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EU 차원의 공동보조 지침은 마련되지 않았고 결국 EU 28개 회원국 가운데 대통령이나 총리 등 국가 정상이 중국의 2차대전 전승절 행사에 참석한 나라는 체코 한 나라 뿐이다.

다른 EU 회원국 가운데 중국 전승절에 외무장관을 보낸 나라는 프랑스와 이탈리아 등 극소수였고 대부분 각료급에 준하는 정치인이나 외교관 등을 보내는데 그쳤다.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와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독일 총리 정도가 그나마 거물이라고 할 수 있지만 국가가 아닌 개인 자격으로 초청받았을 뿐이다.

거기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러시아군이 참석하는 것도 EU 정상들의 불참 원인 중 하나라는 해석도 있다. 러시아는 크림반도를 무력으로 병합하고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동유럽 지역의 군사훈련을 대폭 늘리면서 EU 및 미국 등 서방국과 충돌하고 있기 때문이다.

3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열병식에 앞서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뒷줄 가운데)이 연설하고 있다. (앞줄 오른쪽부터) 푸틴 대통령, 박근혜 대통령, 나자르예프 카자흐스탄 대통령. (사진=AFPBB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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