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데일리 김정현 기자] 한국에 유독 잔인했던 7월이었다. 국채금리와 주가, 통화 가치가 주요국들 중 가장 큰 폭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중 무역분쟁과 일본 수출규제 등에 한국 경제에 대한 우려가 컸던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은행이 9일 발표한 2019년 7월 이후 국제금융·외환시장 동향을 보면 한국 국고채 10년물 금리는 지난 한 달간(7월1일~8월7일) 0.35%포인트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요 선진국은 물론, 신흥국들 사이에서도 거의 최대폭 하락했다.
미·중 무역갈등이 심화되면서 미국을 비롯한 전세계 국채 금리가 전반적으로 내리던 때다. 그런데 그 중에서도 한국 국고채 금리가 큰 폭 하락한 것이다.
같은 기간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는 0.28%포인트 하락했고, 독일과 영국의 국채 10년물 금리는 각각 0.25%포인트, 0.34%포인트씩 내렸다.
국채 금리뿐이 아니다. 지난 한 달간 국내 주가가 주요국을 통틀어서 가장 크게 빠진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코스피 지수는 한 달 동안 2131포인트에서 1910포인트로 10.4% 하락했다.
같은 기간 미국 다우존스 40 평균지수는 2.2% 하락한데 그쳤다. 일본 닛케이 225 지수와 독일 DAX 지수, 영국 FTSE 100 지수는 각각 3.6%, 6.0%, 3.1% 내렸다.
신흥국 주가 변동 폭도 한국보다 양호했다. 중국 상하이 종합 지수가 7.1% 내렸고, 인도 센섹스 지수는 6.9% 하락했다. 인도네시아 IDX 지수와 아르헨티나 메르발 지수는 2.4%, 2.0% 하락한데 그쳤다. 브라질 보베스파 지수나 터키 ISE 100 지수는 오히려 각각 1.8%, 1.6% 상승했다.
중국 위안화나 인도 루피화 값은 각각 2.5%씩 내렸고, 인도네시아 루피아화, 브라질 헤알화 등도 0.6%, 3.0% 하락한데 그쳤다. 신흥국 통화 중 원화보다 약세를 보인 통화는 아르헨티나 페소화(-6.6%), 남아프리카공화국 란드화(-6.3%) 정도뿐이었다.
이처럼 국내 금리와 주가, 통화 가치가 모두 주요국 가운데 최악의 성적을 거둔 것은 미·중 무역분쟁 심화에 일본 수출규제까지 겹친 탓으로 해석된다. 미·중 무역분쟁의 불똥이 국내 수출기업 부진으로 이어질 수 있는 구조인데다, 일본 수출규제에 따라 반도체 등 국내 핵심산업이 유탄을 맞을 수 있다는 불안감이 있었다는 것이다. 한은 관계자는 “7월 이후 일본의 수출 규제에 더해 미·중 무역갈등이 심화되면서 원화 가치가 큰 폭 약세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