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상선의 법정관리 가능성은 용선료 인하의 주도권을 쥔 해외 선주들에겐 협상 타결을 위한 압박카드 역할을 할 수 있지만, 글로벌 해운동맹 가입을 유지하는 데는 쥐약이 될 수 있단 평가가 나온다. 현대상선 입장에선 용선료 인하 협상과 해운동맹 가입 모두 놓쳐서는 안 될 구조조정의 중요한 열쇠이기 때문에 그 딜레마는 더욱 커져가고 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26일 ‘제3차 산업경쟁력 강화 및 구조조정 협의체’ 회의를 마친 후 기자회견에서 “최종 시한은 5월 중순 정도로 예상되는데 현대상선의 용선료 (인하) 협상이 안 되면 채권단이 할 수 있는 것은 사실상 법정관리밖에 없다”고 말했다.
임 위원장은 “현대상선이 어느 정도의 용선료 인하가 필요한지 이달 중 선주들에게 최종적으로 통보할 예정”이라며 “채권단은 최종 제안서와 함께 채권단이 생각하는 마감 시한을 선주들에게 전달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현대상선은 22개 해외 선주에게 컨테이너 34척, 벌크선 51척 등 85척에 대해 시세보다 4~5배 높은 용선료를 지급하고 있다. 2026년까지 지불해야 할 용선료가 무려 5조원이나 돼 이를 깎지 못하면 채권단이 자금을 지원해도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를 하는 셈이 된다.
정부 관계자는 “현대상선이 해외 선주들 모두와 용선료를 깎기는 어려울 것이지만 70~80% 정도 해오면 상당 부분 진전이 있다고 봐야 한다”며 “일부는 용선료 인하에 우호적인 곳도 있지만, 다른 선주들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움직이겠다는 곳도 있고, 깎아줄 수 없다는 곳도 있어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용선료 인하 협상을 위한 압박카드인 현대상선의 법정관리 가능성은 글로벌 해운동맹 가입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최근 해양수산부는 현대상선과 한진해운의 해운동맹 가입 유지를 위해 아직 짝을 못 찾은 선사들에게 정부가 해운산업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는 내용의 서한을 보냈다. 산업은행은 조건부 자율협약에 돌입한 현대상선의 요청으로 비슷한 내용의 서한을 현대상선이 소속된 G6 멤버들에게 보냈다.
현대상선 입장에선 용선료 인하 협상과 해운 동맹 가입 모두 조건부 자율협약을 이행하기 위한 필수조건이다.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 등 채권단은 현대상선과 조건부 자율협약을 맺을 당시 채권단 출자전환 등 자금지원의 선결 조건에 △고액 용선료 인하 협상 △사채권자 출자전환 등 채무재조정 외에 △해운동맹 가입을 포함했다.
정부 관계자는 “법정관리 가능성은 용선료 인하 협상에서 해외 선주들을 압박하는 협상용 카드가 될 수 있지만, 현재 자율협약에 들어간 것도 (해운동맹 가입에) 불리한 상황에서 법정관리로 간다고 하면 누가 얼라이언스(해운동맹)에 가입해 줄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딜레마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