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순방 때마다 철도 사업을 따내 중국의 ‘고속철 세일즈맨’으로 통하는 리 총리의 세일즈 외교가 또 다시 빛을 발하고 있다. 중국이 러시아 사업까지 따낼 경우 터키, 아르헨티나, 나이지라, 케냐 등에 철도 노하우를 수출하는 ‘고속철 초강국’으로 우뚝선다.
또한 중국은 중장기적으로 베이징(北京)에서 모스크바를 연결하는 ‘유라시아 고속철도’를 추진할 방침이다. 유라시아 고속철도는 베이징에서 모스크바까지 약 7000㎞ 구간을 아우르는 것으로 시진핑(習近平) 체제의 중국이 추진중인 ‘실크로드 경제지대’ 구축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中, 11조원대 러시아 고속철에 ‘군침’
리 총리와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총리는 13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린 제19차 양국정례 총리회담을 마치고 가스 공급 사업·고속철 등을 비롯한 갖가지 경제 협력에 서명했다고
14일 관영 영자지 차이나데일리가 보도했다.
러시아는 2014 소치 동계올림픽 기간에 처음으로 올림픽 경기장을 잇는 163km 길이 소치 고속철도를 만든 바 있다. 소치 고속철도는 지난 2009년 독일 지멘스가 수주했는데 당시 중국 고속철 사업은 걸음마를 떼기 시작한 상태여서 참여하지 못했다. 그러나 최근 러시아 고속철 수요가 커지면서 중국이 러시아에 눈독을 들여온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 철로교통발전전략에는 2030년까지 2만km 철로를 새로 건설할 계획이며 이 가운데 500km가 고속철이라는 내용이 담겨 있다.
리 총리는 지난해 10월 태국 방문을 시작으로 유럽, 아프리카 등 해외 순방에 나설 때마다 고속철 세일즈에 공들이고 있다. 고속철이 이번 러시아 방문에서도 가장 중점을 둔 협약이라고 차이나데일리는 전했다.
가스공급· 통화스와프 등 ‘밀린 숙제’도 마무리
정부 간 협정은 지난 5월 러시아 국영가스기업 가스프롬과 중국석유천연가스공사(CNPC)이 맺은 가스공급 계약 이행을 위한 필수 조건이었다. 당시 가스프롬과 CNPC는 러시아가 중국에 연간 380억 세제곱미터(㎥)의 천연가스를 30년간 공급하는 장기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계약 규모는 4000억달러(약 427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지난해 기준 중국의 천연가스 사용량 중 22%를 차지하는 규모다.
리 총리는 또 이날 회담에서 2015년까지 양국 무역규모를 1000억 달러로 확대하자는 데 합의했다.
이와 함께 중국 중앙은행 인민은행은 러시아 연방 중앙은행과 1500억 위안(약 26조원) 규모의 통화 스와프 협정을 체결했다. 인민은행은 이번 체결로 2008년 이후 세계 20여 개국과 통화스와프 협정을 맺게 됐다.
이에 따라 중국이 위안화의 세계적 영향력을 높이려고 추진중인 위안화 국제화도 속도를 낼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