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발진" 주장 시청역 사고…한문철 "블랙박스 오디오 있어야"

사고기록장치(EDR) 감정
  • 등록 2024-07-02 오후 3:40:22

    수정 2024-07-02 오후 3:40:22

[이데일리 김민정 기자] 교통사고 전문가 한문철 변호사가 지난 1일 사망자 9명을 포함해 총 13명의 사상자를 낸 시청역 대형 교통사고와 관련해 급발진을 판단하기 쉽지 않다고 진단했다.

한 변호사는 2일 유튜브 채널 ‘한문철TV’ 라이브 방송을 통해 “현재 시청역 사고 급발진 여부와 관련해 전문가들의 의견이 갈리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2일 오전 전날 대형 교통사고가 발생한 서울 시청역 인근 교차로에서 경찰이 완전히 파괴된 차량 한 대 주변을 통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 변호사는 “아직은 차량(가해차량) 블랙박스 등 구체적인 증거들이 분석되지 않아 급발진 여부를 판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급발진 여부를 판단하려면 블랙박스의 오디오 부분이 가장 중요하다”며 “그래야 운전자가 브레이크가 듣지 않아 당황하는 부분을 판단할 수 있다”고 했다.

한 변호사는 자동차의 사고 전·후 일정 시간 동안 자동차의 운행 정보를 저장하고 저장된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장치인 사고기록장치(EDR, Event Data Recorder)도 급발진 여부 판단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2022년) ‘강릉 급발진 의심사고’에서도 EDR 기록과 실제 실험의 차이가 많았다”며 “(EDR은) 당시 상황을 기록할 뿐 운전자의 행태를 알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한 변호사는 또 급발진 인정 가능성에 대해선 “민사상 급발진이 인정된 사례는 우리나라에서 단 한 건도 없다”며 “이유는 내가(운전자가) 정상적으로 브레이크를 밟았는데도 서지 않았다는 것을 본인이 입증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말했다.

한 변호사는 형량에 대해선 “아마 운전자가 유죄를 받으면 단순 교통사고 법정 최고형인 5년이 될 가능성이 높다”며 “모든 피해자와 합의하더라도 너무 큰 사고라 무죄는 쉽지 않다”고 했다.

한 변호사는 일각에서 주장하는 ‘고령 운전자 규제’에 관해서는 거리를 뒀다. 그는 “(시청역 사고) 운전자의 나이(68세)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요즘은 80세에도 건강하신 분들이 많으시다”고 덧붙였다.

2일 오전 서울 남대문경찰서에서 경찰 견인차가 지난 1일 저녁 시청역 인근 교차로에서 인도로 돌진해 보행자들을 덮치는 사고를 낸 차량을 이송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한편 이날 서울 남대문경찰서는 가해 차량 운전자 A씨를 교통사고처리특례법상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입건했다고 밝혔다.

A씨는 전날 오후 9시 26분께 서울 중구 태평로 시청역 인근 교차로에서 제네시스 차량을 운전하던 중 BMW와 소나타 차량을 차례로 추돌한 뒤 횡단보도로 돌진, 신호를 기다리던 보행자들을 잇달아 들이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A씨는 시청역 인근 호텔 지하 주차장에서 빠져나온 뒤 일방통행 도로를 역주행하다가 이같은 사고를 낸 것으로 나타났다.

이 사고로 시청 직원과 시중은행 직원, 병원 직원 등 보행자 9명이 숨졌다. 소나타 탑승자 2명과 또 다른 보행자 2명 등 4명을 부상을 입었다.

사고 현장에서 A씨는 도주를 시도하지 않았으며 음주 측정과 마약 간이 검사를 한 결과 음주나 마약 흔적이 검출되지 않았다. 다만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해 추가 조사를 위해 채혈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해당 차량의 사고기록장치(EDR) 분석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에 의뢰할 예정이다. 또 사건관계인과 목격자 진술, 폐쇄회로(CC)TV 및 블랙박스 영상 등을 토대로 사고 당시 상황과 가해 차량의 동선을 재구성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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