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산 전 면책’…회생법원, 선면책제도 시범실시

장기미제 발생으로 채무자 불이익 발생
과도한 활용 제한 위해 까다로운 요건
“피해 최소화…조속한 경제활동 복귀”
  • 등록 2023-12-06 오후 5:40:03

    수정 2023-12-06 오후 5:40:03

[이데일리 김형환 기자] 서울회생법원이 일부 장기미제 사건에 한해 개인파산 선고 전 면책을 해주는 제도를 시범실시한다.

서울법원종합청사. (사진=이데일리DB)
서울회생법원은 지난 4일 하반기 개인파산 관재인 간담회를 열고 개인파산절차 종료 전 면책결정을 하는 ‘선(先)면책제도’를 시범적으로 실시하기로 했다고 6일 밝혔다. 파산 절차는 쉽게 말해 채무자가 가지고 있는 재산을 채권자에게 공평하게 나누는 과정이다. 반면 면책은 파산을 통해서 빚을 갚더라도 남은 채무에 대해서 탕감해주는 것이다. 이번 선면책제도는 이러한 파산 절차에 앞서 채무에 대해 미리 탕감해주는 것을 의미한다.

개인파산·면책 절차는 보통 개인파산 절차가 마무리된 이후에야 채무자에 대한 면책 여부를 결정했다. 파산절차가 마무리돼야 면책허가 또는 불허 결정이 나오는 상황이다.

서울회생법원 관계자는 “파산절차 종료 이후 면책불허 사유가 있는지 조사가 완료되는 경우가 있고 존재 여부가 불확실하던 면책불허 사유가 파산절차 종료 후에 확실히 되는 경우가 있어 이같이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일부 장기미제 사건이 늘어나면서 발생했다. 파산 선고가 늦어지며 면책결정이 신속히 내려지지 않아 채무자가 취업상 제한을 받거나 사업 인허가상 제한을 받는 등 피해 사례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실제로 채무자 소유 부동산에 대한 경매절차가 계속해서 유찰돼 환가절차가 지연됐고 신청일로부터 4년이 지나서야 매각이 되는 경우가 있었다.

다만 선면책제도가 과도하게 활용되거나 선면책 이후 불허 결정이 나오는 경우를 막기 위해 요건을 까다롭게 했다. 해당 제도가 적용되기 위해서는 △면책신청서 접수일로부터 2년이 경과한 사건 △채무자에게 면책불허 사유가 존재하지 않거나 존재하더라도 선면책 결정 당시 재량면책에 대한 판단을 할 수 있을 정도로 파산 및 면책절차가 상당 부분 진행된 경우 △채무자의 ‘책임 없는 사유’로 파산절차가 지연된 사건 △향후 파산절차의 진행에 있어 ‘채무자의 협조’가 필요하지 않은 사건이다.

서울회생법원 관계자는 “현재 접수된 면책사건의 90%가 접수일로부터 1년 이내 면책 결정이 이뤄지고 있는 점을 감안했다”며 “미제기간의 제한 없이 선면책제도를 전면적으로 도입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재판부의 업무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접수일로부터 2년이 지난 장기미제 사건으로 한정했다”고 말했다.

서울회생법원은 선면책제도 시범실시를 통해 절차 지연으로 인한 채무자의 피해를 최소화하고 이들의 조속한 경제활동 복귀를 도모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면책사건의 처리기간 및 개인도산의 장기미제 사건의 비율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서울회생법원 측은 “선면책제도의 시범실시를 통해 실무례를 축적하면서 문제점 등을 보완하고 선면책 대상 사건의 확대 여부 및 이에 대한 실무준칙의 제정 여부를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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