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AF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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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이준기 기자] 11월3일 미국 대선이 임박하면서 미국 내 최고 감염병 전문가로 평가받는 앤서니 파우치
(사진 오른쪽)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의 정치적 몸값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코로나19 정국을 계기로 두터운 국민적 신뢰를 받고 있는 파우치 소장을 두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후보가 서로 자기편으로 끌어들이려는 일종의 ‘구애’에 나서면서다. 파우치 소장이 확고하게 정치권과의 ‘선 긋기’에 나섰음에도, 두 후보는 전혀 아랑곳하지 않는 모양새다.
12일(현지시간) 미 AP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캠프는 파우치 소장을 전면에 내세운 광고를 냈다. 광고에는 “도전에 대응하며 일어섰고, 노인을 보호하고 생명을 살리는 약을 구하는데 비용을 아끼지 않았다” “누구도 이보다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상상할 수 없다” 등 마치 트럼프 대통령을 칭송하는 듯한 지난 3월 파우치 소장의 폭스뉴스 인터뷰 발언이 담겼다. 바이든 후보 측에서 연일 코로나19 사태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안일한 대응을 문제 삼고 나서자 파우치 소장을 전면에 내세워 반박에 나선 셈이다.
바이든 후보 역시 적극적이다. 이번 대선에서 이길 경우 파우치 소장을 백악관 코로나19 대응 태스크포스(TF) 자문역으로 계속 연임시키겠다는 뜻을 밝히는 가하면, 경제 탓에 코로나19 대응에 주저하는 주지사들에게 파우치 소장의 발언에 귀를 기울이라고 촉구하는 등 마치 파우치 소장의 말을 ‘복음’처럼 떠받들고 있다고 AP는 썼다. 한술 더 떠 바이든 후보의 러닝메이트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후보는 향후 코로나19 백신에 대한 안전 여부를 파우치 소장에게 맡길 것이라고 공언하기도 했다.
문제는 파우치 소장이 두 후보의 ‘구애’에 강한 거부감을 드러내고 있다는 점이다. 파우치 소장은 트럼프 캠프의 광고와 관련, “정말 유감스럽고 실망스럽다”고 했다. 연방 공중보건 공무원들의 노력에 대해 높이 평가한 걸 앞뒤 맥락을 자른 채 마치 트럼프 대통령을 치켜세운 것처럼 조작했다는 게 파우치 소장의 지적이다. 파우치 소장은 지난 7월 뉴욕타임스(NYT)와 인터뷰에선 바이든 캠프와 접촉했느냐는 질문에 “그렇지 않다”며 “그들이 잘 알 것이다. 나는 민감한 위치에 있다”고 일축한 바 있다.
파우치 소장은 CNN과 인터뷰에서 지난 50여 년간 공직에 몸담으면서 그 어떤 대선후보를 지지한 적이 없다고 정치적 중립이라는 소신을 피력했다. 경제매체 CNBC방송에 나와서도 “누가 대통령이 되든 물러나지 않을 것”이라며 어떤 정치적 상황에서도 전염병 전문가로서의 소임을 다하겠다는 뜻을 강조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두 후보가 연일 파우치 소장을 정치적으로 활용하는 배경에는 미국 내 그의 적잖은 영향력, 즉 표심(票心) 때문으로 풀이된다. 보건분야 비영리단체인 카이저 패밀리 재단의 지난달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코로나19와 관련한 신뢰도 조사에서 파우치 소장은 68%의 지지율을 얻어 바이든 후보(52%)와 트럼프 대통령(40%)을 압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