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갑 현대重사장 "아우한테 배우고 오시오"

계열사간 교류확대, 조직 혁신 주문
인사·노무 등 "조직관리 배워라"
  • 등록 2014-11-12 오후 5:55:07

    수정 2014-11-13 오전 10:18:34

[이데일리 정태선 기자] “고인 물은 썩게 마련이다. 일등에 안주하지 말고 외부에서라도 배워 발전적으로 혁신해야 한다.”

올해 3조원 넘는 사상 최악의 영업적자를 기록 중인 현대중공업의 체질을 속도감 있게 바꾸고 있는 권오갑(사진) 현대중공업 사장이 최근 임원감축, 성과위주의 연봉체계를 도입한 데 이어 경영진의 체질개선에 집중하고 있다.

12일 업계 따르면 권오갑 현대중공업 사장은 최근 계열사 간 교류를 확대하고 있다. ‘형님, 아우를 떠나 배울 수 있는 건 배우자’는 취재에서다. 실제로 현대중공업 소속 임직원들은 자회사인 현대오일뱅크를 찾아 인사나 재무 등 지원 업무에 대한 경험과 노하우를 공유했다.

현대오일뱅크는 현대중공업의 체계화 된 제도와 시스템에 대해 조언을 얻고, 인재육성이나 채용 등 트렌드 변화에 발 빠르게 대응해야 하는 분야에서는 현대중공업이 현대오일뱅크의 새로운 시도들을 벤치마킹하기도 했다.

현대중공업(009540)은 그동안 세계 최고, 1등이란 자부심에 빠져 ‘울산 골목대장’으로 전락할 수 있는 위기에 처했다고 권 사장은 진단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현대중공업 울산현장에서 임직원이 서울로 발령받으면 교통이나 지리에 익숙해지는 데만 2~3년 보내다가 간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다. 외부환경 변화에 빠르게 적응하지 못했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반면 현대오일뱅크는 10년 넘는 ‘풍상고초’를 겪으면서 강한 체질로 변모했다. 한해 매출은 22조원 정도로 53조원을 거뜬히 넘는 중공업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경영난 속에 현대가(家)에서 떨어져 나가는 부침을 겪다가 2010년 현대중공업이 나서 거둔 계열사다. 현대그룹이 극동정유(1993년)와 한화에너지(1999년)를 인수해 합쳤고, 경영난 속에 2002년 IPIC로 경영권을 넘겨 내부적으로는 공채 출신과 외부에서 온 ‘새피’가 섞였다.

하지만 10년여간 IPIC 체제를 거치며 인사 등 관리부문에선 외국계 문화가 스몄고, 또 다시 경영권이 현대중공업으로 넘어오면서 구조조정 등 크고 작은 칼바람을 여러 번 맞았다. 특히 현대중공업이 인수한 직후인 2010년부터는 권오갑 사장이 직접 사령탑을 맡아 1년 만에 흑자를 이끌어 내 2011년 영업이익 5947억원, 2012년 3084억원, 작년 4033억원을 달성하면서 3년 내내 흑자행진뿐 아니라 3년 연속 4대 정유사 중 영업이익률 1위를 기록했다.

업계에서는 권 사장이 현대오일뱅크 시절에는 이질적인 조직문화를 통합하고 시너지를 내는 일에 무게를 뒀지만, 20여 년 만의 노조 파업 움직임과 함께 경영난에 직면한 현대중공업에는 강도 높은 체질 혁신을 최우선으로 삼았다고 보고 있다.

지난달 30% 넘는 임원 감축의 대수술 속에서 살아남은 경영진조차 거세게 몰아치는 ‘혁신’ 바람에 숨돌릴 틈이 없다. 회사 측 관계자는 “위기의식을 내부적으로 공유하고 더 나빠지기 전에 미리 자가진단에 나선 만큼 이른 시일 내 군살을 제거하고 경쟁력을 더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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