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사업구조 재편 마무리 수순…다음 행보는?

  • 등록 2014-09-01 오후 3:13:53

    수정 2014-09-01 오후 4:37:10

[이데일리 이재호 정태선 기자] 삼성중공업(010140)삼성엔지니어링(028050)의 합병으로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진행됐던 삼성그룹의 사업 구조조정 작업이 막바지로 접어들고 있다. 삼성물산(000830) 건설부문을 중심으로 한 건설 사업 조정만 이뤄지면 계열사 간 ‘새판 짜기’가 완료될 것으로 보인다.

이건희 회장의 경영 복귀가 사실상 힘들어진 만큼 이번 사업 조정과 맞물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오너 3세 간의 지배구조 개편도 마무리될 전망이다.

◇ 중공업·엔지니어링 둘 다 살리기 위한 ‘고육책’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은 1일 각각 이사회를 열고 합병을 결의했다. 양사는 12월 1일까지 합병 절차를 끝낼 계획이다.

이번 합병은 대규모 적자를 기록 중인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의 독자 생존이 어려울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두 회사를 합쳐 덩치를 키우고, 각자 장점을 가진 해상 플랜트(삼성중공업)과 육상 플랜트(삼성엔지니어링) 사업 간의 시너지 창출을 위한 조치다. 특히 차세대 에너지원으로 각광받고 있는 셰일가스 개발 분야의 경쟁력이 크게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두 회사는 매출액 기준으로 지난해 25조 원에서 오는 2020년에는 40조 원에 달하는 초대형 종합 플랜트 기업으로 성장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의 합병으로 지난해 하반기부터 지속해 왔던 삼성의 사업 구조조정 작업은 대부분 끝났다.

지난해 9월 삼성에버랜드가 제일모직 패션사업부문을 인수한 것을 시작으로, 같은 달 삼성SDS가 삼성SNS를 흡수합병했으며 11월에는 에스원(012750)이 삼성에버랜드의 건물관리사업을 인수했다. 이와 함께 삼성에버랜드는 급식 및 식자재 사업을 분리해 삼성웰스토리를 설립하기도 했다.

올해 들어서도 3월에는 삼성SDI와 제일모직이, 4월에는 삼성종합화학과 삼성석유화학이 합병하기로 했다. 5월에는 삼성SDS가 연내 상장 계획을 밝혔고, 이어 삼성에버랜드가 제일모직으로 사명을 바꾸고 내년 1분기 중 상장하겠다고 발표했다.

삼성 관계자는 “‘한계돌파’를 그룹 차원의 경영 키워드로 제시하고 계열사 간의 경쟁력 강화 및 시너지 창출을 위한 사업 조정 작업을 지속하고 있다”며 “올해 말까지 관련 작업이 거의 끝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 다음 타깃은 ‘건설’…오너 3세 행보도 관심

재계에선 삼성의 다음 사업 조정 대상으로 건설 부문을 지목하고 있다. 건설 경기가 여전히 어려운 만큼 계열사별로 흩어져 있는 건설 사업을 통합해 시너지를 창출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구심점은 삼성물산이다. 특히 삼성중공업의 건설 부문을 삼성물산으로 이관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쉐르빌’이라는 아파트 브랜드를 갖고 있으며 타워팰리스를 시공하기도 했다. 그러나 수주 실적이 급격하게 줄어들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해 삼성에버랜드가 제일모직의 패션사업을 넘겨받은 것처럼 사업 양수도 방식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건설 사업 조정이 끝나면 삼성물산 건설 부문과 상사부문을 분리하는 작업이 추진될 수도 있다. 다만 삼성물산 상사부문 고문을 맡고 있는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이 건설 사업에도 관심을 갖고 있어 당분간 현 체제가 유지될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한편 삼성의 사업 구조조정이 마무리 단계로 접어들면서 3세 경영인들이 담당하게 될 주력 사업의 윤곽도 드러나고 있다.

이재용 부회장이 전자·금융 계열사, 이부진 사장이 호텔·건설·중화학, 이서현 제일모직 패션부문 경영기획담당 사장이 패션·미디어를 총괄하는 식으로 정리되고 있는 모습이다.

아울러 이서현 사장의 남편인 김재열 삼성엔지니어링 경영기획총괄 사장의 거취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의 합병해 통합 법인이 출범한 이후에도 요직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부진 사장이 건설과 플랜트 사업 경영에 본격적으로 나서게 되면 김 사장이 자리를 옮기게 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재계 관계자는 “연말까지 사업 조정이 완료되면 내년부터 지배구조 개편 작업이 이뤄질 수 있다”며 “다만 이재용 부회장이 순환출자 고리의 핵심 계열사 지분을 대량으로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그룹 자체가 쪼개질 가능성은 낮은 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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