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만의 일이 아니다. 제조업 고용 한파가 거세다. 국내 기업의 생산기지 해외 이전 확대, 수출 부진 심화, 구조조정 등이 복합적으로 맞물린 결과다. 급기야 지난달 국내 제조업 취업자 수는 4년여 만에 처음으로 곤두박질했다. 그 자리를 음식업이나 숙박업 같은 단순 서비스업이 대체해 일자리 질이 악화하리라는 걱정도 많다.
제조업 취업자 49개월만에 첫 감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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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종별로 국내 일자리 17%가량(작년 기준)을 차지하는 제조업 취업자가 급감한 영향이 컸다. 지난달 제조업 취업자 수는 446만 4000명으로 전년 동월보다 6만 5000명 줄었다.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은 2012년 6월(-5만 1000명) 이후 49개월 만에 처음이다. 제조업 취업자 증가 폭은 올해 3월 12만 4000명에서 4월 4만 8000명, 6월 1만 5000명으로 계속 쪼그라들고 있다.
제조업 고용 부진에도 그나마 전체 취업자 증가세를 유지하는 것은 서비스업 덕분이다. 지난달 도·소매업, 음식·숙박업 등 서비스업 취업자는 전년보다 46만 5000명 증가했다. 증가 폭도 4월 30만 2000명, 5월 32만 5000명, 6월 45만 4000명으로 확대되고 있다. 고용 질이 양호한 제조업 일자리가 사라지고, 단순 서비스업 일자리가 취업자 증가를 견인하고 있는 것이다.
제조업 일자리가 줄어드는 원인은 간단치 않다. 고용노동부의 ‘7월 노동시장 동향’ 자료를 보면 전체 제조업 고용 인원의 14.4%를 차지해 규모가 가장 큰 ‘전자부품·컴퓨터·통신장비’ 분야 취업자(상시근로자 고용보험 피보험자)가 작년 같은 달보다 2만 1000명이나 줄었다. 2014년 1월 이후 31개월 연속 감소세다.
특히 이 분야 취업자 감소 폭은 선박·철도 등 기타 운송장비 제조업(-1만 8500명), 철강 등 1차 금속산업(-2600명)을 크게 웃돌았다. 고용부 관계자는 “삼성·LG전자 등 국내 전자업체가 휴대전화, LCD 등의 생산 거점을 베트남 등 동남아로 옮긴 영향”이라며 “전반적인 수출 부진, 공장 생산 설비 자동화 등도 취업자 감소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상반기 청년 취업자 72%는 ‘음식·숙박업’
제조업 일자리 소멸은 청년 고용시장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난달 국내 청년(15~29세) 실업률은 9.2%로 전년보다 0.2%포인트 내리며 올 들어 처음으로 하락 전환했다. 그러나 반길 일은 아니다. 여전히 전체 평균(3.5%)보다 높을뿐더러, 일자리 질은 더 나빠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노동연구원이 내놓은 ‘2016년 상반기 노동시장 평가와 하반기 고용전망’ 보고서를 보면 올 상반기 청년층(20~29세) 취업자는 작년 같은 기간보다 6만 8000명 증가했다. 문제는 전체의 88.2%(6만 명)가 단순 서비스업 일자리로 흘러들어 갔다는 점이다. 청년층 취업자는 음식·숙박업에서만 4만 9000명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이한 기획재정부 정책기획과장은 “청년이 구하는 일자리 상당수가 임금이 낮고 고용이 불안정한 단기 서비스업인 것은 우려할 만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연구원은 “최근 청년층이 큰 폭의 취업자 증가세를 보이고 있지만, 경기 민감 업종인 음식·숙박업 중심이어서 하반기 경기가 침체하면 고용 변동성이 더 커질 것”이라며 “앞으로 정부의 일자리 정책이 양적 성장에만 국한되지 않고 질적 측면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에도 집중돼야 할 것”이라고 권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