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손 모양이 위험하다” ‘페미 손’에 벌벌 떠는 게임업계

게임 애니메이션 내 '페미 손' 논란에 디렉터들이 나섰다
"왜 이 장면에 특정 손 모양이?" 반복되는 남성 혐오 이슈
  • 등록 2023-11-27 오후 4:32:12

    수정 2023-11-27 오후 4:55:13

[이데일리 김혜선 기자] 국내 한 중소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에서 제작된 게임 영상에 특정 ‘손 모양’이 남성혐오 표현이라는 논란이 일고 있다. 게임 업계에서는 게임 내 장면이나 일러스트에서 남성혐오 표현이 교묘하게 숨겨져 있다는 의혹이 제기돼 여러 번 곤욕을 치렀다. 이번에도 해당 게임사에서는 책임급 인사들이 주말 밤 급히 인터넷 방송을 통해 사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지난해 메이플스토리 이그니션 쇼케이스에서 ‘메이플 빵’에 들어있는 스티커를 선보이며 논란이 될만한 ‘손 모양’을 고쳐 잡는 강원기 디렉터. (사진=메이플스토리 유튜브 캡처)
지난 26일 김창섭 메이플스토리 디렉터는 직접 사과 방송을 켜고 ‘남성 혐오’로 의심이 되는 영상을 전수조사하겠다며 대대적인 대응을 예고했다. 앞서 넥슨 게임인 ‘메이플스토리’의 엔젤릭버스터 리마스터 애니메이션 홍보 영상에서 남성 혐오 표현이 들어갔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즉각 반응을 보인 것이다.

문제가 된 장면은 한 캐릭터가 윙크를 하며 손을 흔드는 장면에서 엄지와 검지로 길이를 재는 듯한 포즈가 순식간에 지나가는 모습이다. 영상으로 볼 때는 별다른 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이를 프레임 단위로 쪼개서 보면 불필요한 ‘손 모양’이 빠르게 스쳐 지나간다는 게 게임 이용자들의 주장이다.

여기에 해당 영상을 제작한 스튜디오의 한 애니메이터가 과거 자신의 SNS에 올린 게시글이 발견되면서 논란에 불을 붙였다. 이 애니메이터가 과거 SNS에 “은근슬쩍 스리슬쩍 페미해줄께”라는 게시글을 올렸다는 것이다. 현재 이 글은 비공개로 전환됐지만, 게임 이용자들은 ‘페미니스트’인 일부 애니메이터들이 작품이나 게임 속에 교묘하게 남성 혐오 표현을 숨겨 넣고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문제가 된 애니메이션 장면. 캐릭터가 손을 흔드는 순간 엄지와 검지로 특정 손 모양을 하고 있다. (사진=메이플스토리 엔젤릭버스터 리마스터 캡처)


영상을 제작한 스튜디오 뿌리에서는 “해당 스태프가 (캐릭터) 동작 하나하나를 컨트롤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동작과 동작 사이에 이어지는 것으로 들어간 것이지 의도하고 넣은 동작은 절대 아니다”라고 호소했지만 대다수 게임 이용자들은 믿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던전앤파이터 속 문제가 된 장면. 왼쪽 섬광에서 손가락으로 보이는 그림자가 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사진= 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던전앤파이터 속 문제가 된 장면. 격투 장면에서 부자연스러운 손 모양을 하고 있다는 의심을 받는다.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메이플스토리 외에도 여러 게임사에서는 특정 손 모양이 의도적으로 삽입됐다는 의혹이 확산되지 않을지 노심초사하는 분위기다. 네오플의 게임 ‘던전앤파이터’의 여 런처 캐릭터의 진 각성 영상에도 특정 ‘손 모양’이 포함됐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공식 유튜브 채널에서는 26일 해당 영상을 급히 비공개로 전환한 상태다. 게임 이용자들은 이 영상에서 캐릭터가 총기를 들고 발포할 때 화염이 뿜어져 나오는 장면에서 화염의 명암 처리가 특정 손 모양을 닮았다고 의심하고 있다. 일부 이용자들은 해당 장면에 남성 혐오 사이트 ‘메갈리아’의 로고를 합성해 비교하며 “손가락 모양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던전앤파이터 이원만 총괄 디렉터도 “일부 애니메이션 리소스에서 부적절한 표현이 확인돼 전반적인 원인 파악을 진행하고 있다”며 “문제가 된 범위가 넓을 수 있기 때문에 빠짐없이 검토하겠다”고 했다.

블루 아카이브에서 문제가 된 손동작 장면.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이밖에 넥슨이 서비스하는 또 다른 게임 ‘블루 아카이브’에서도 총을 들고 전투하는 장면에서 부자연스러운 손 모양을 하고 총이 공중에 떠 있다며 ‘남성 혐오 표현’이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졌다. 블루 아카이브의 김용하 총괄 PD는 “영상 홍보물 중, 일부 부적절한 표현이 포함된 점을 확인했다”면서 “영향을 받은 것으로 확인되는 영상들에 대해서는 진위 확인과 빠른 조치를 위한 비공개 처리가 완료됐다”고 알렸다.

잘못 하면 ‘폭망’한다...게임사들은 왜 ‘손 모양’이 무섭나

게임사 책임급 인사들이 ‘손 모양’ 의혹에 직접 나서 대처하는 것은 그만큼 게임 주요 소비층인 20~30대 남성 사이에서의 ‘페미 이슈’가 불매운동 등 큰 리스크로 번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단순히 해프닝으로 끝날 손 모양 논란에 게임사가 과하게 대응하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도 있지만, 게임 이용자들을 상대로 수익을 창출하는 게임사 입장에서는 회사의 명운이 걸린 만큼 적극적으로 리스크 관리에 나설 수밖에 없다.

지난해 메이플 스토리 이그니션 쇼케이스에 출연한 강원기 당시 메이플스토리 디렉터도 이 ‘손 모양’에 적극적으로 신경을 쓰는 모습을 보인 바 있다. 강원기 디렉터는 지난해 6월 진행한 쇼케이스에서 GS25와 컬라보레이션으로 제작한 ‘메이플 빵’을 소개하며 스티커를 집어 들었다가 “어, 손 모양이 이상하다”며 재빨리 문제의 소지가 될만한 손 모양을 고쳐 잡았다. 무심코 물건을 집어든 것뿐이지만, 게임 이용자 사이에서 발생할 수 있는 오해를 불식시키려 한 것이다.

지난해 6월 열린 메이플스토리 이그니션 쇼케이스에서 강원기 디렉터가 “손 모양이 이상하다”며 메이플 빵 스티커를 고쳐 잡고 있다. (사진=메이플스토리 유튜브 캡처)
실제로 게임사들은 ‘페미’ 관련 논란으로 성패가 갈리는 경험을 여러 번 했다. 나딕게임즈의 ‘클로저스’는 지난 2016년 한 성우가 페미니즘 티셔츠를 입은 사진이 확산되며 해당 성우를 교체해 게임 이용자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다. 그런데 이후 2018년 특정 일러스트레이터들의 페미니즘 의혹이 번졌을 당시에는 즉각적인 대응에 늦었고, 이에 게임 이용자들이 대거 이탈해 몰락의 길을 걸었다.

지난 7월에도 프로젝트 문의 게임 ‘림버스 컴퍼니’도 캐릭터의 수영복 일러스트를 업데이트하며 남성 캐릭터는 노출이 과한 수영복을, 여성 캐릭터는 전신을 가리는 잠수복을 입혀 ‘페미니즘’ 논란이 인 바 있다. 이 일러스트 한 장으로 림버스 컴퍼니는 한때 별점이 1점대로 내려갔다.

이번 사건과 비슷하게 림버스 컴퍼니의 한 일러스트레이터가 과거 SNS 활동에서 ‘혜화역 시위’ 관련 글을 게시했다며, 일러스트레이터의 개인적 사상이 상업용 그림에도 적용된 것이 아니냐는 논란이 일었다. SNS활동을 지적받은 일러스트레이터는 문제가 된 수영복 일러스트 작업에 참여하지 않았지만, 결국 해당 게임사는 일러스트레이터를 해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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