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미향, 위안부 합의 내용 알고 있었다…외교부, 4차례 걸쳐 설명

한변, 정보공개 청구 통해 협의내용 공개
"윤미향 알고 있었는데 왜허위내용 말했나"
외교부 "오랜 소모적 논쟁 종지부 찍길"
  • 등록 2022-05-26 오후 3:43:08

    수정 2022-05-26 오후 3:44:20

정의기억연대(옛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후원금 유용 혐의 등으로 기소된 윤미향 무소속 의원이 2021년 8월 11일 오후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열린 첫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앞서 검찰은 지난해 9월 보조금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기부금품법 위반·업무상횡령 등 혐의 8개를 적용해 불구속 기소했다.(사진=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외교부가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 당시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상임대표였던 윤미향 무소속 의원을 4차례 만나 합의 내용 전반을 공유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위안부 생존자인 이용수 할머니는 “윤 의원이 10억엔 등 위안부 합의 내용을 외교부로부터 들어 알고 있었으면서도 피해 당사자인 할머니들에게는 알려주지 않았다”고 폭로한 바 있다.

한반도인권과통일을위한변호사모임(한변)은 2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015년 윤 의원과 외교부간 있었던 면담 기록을 공개했다.

한변이 이날 공개한 4건의 문건에 따르면 위안부 합의 당시 실무자였던 이상덕 전 외교부 동북아 국장은 2015년 3월 9일과 3월 25일, 10월 27일, 위안부 합의 타결 전날인 12월 27일 총 4차례에 걸쳐 협의했다.

구체적인 협의 내용은 비공개 처리됐지만, 4차례의 협의에서 양측은 어떻게 일본 측이 사죄표현을 할지, 피해자에 대한 보상은 어떻게 이뤄질지, 소녀상은 어떻게 될지 등을 논의했다.

특히 12월 27일 서울 시내 식당에서 2시간 반가량 이뤄진 만찬협의에서는 이 국장이 윤 의원에게 ‘합의문에는 일본정부가 책임을 통감하며 아베 신조 당시 일본의 총리 직접 사과·반성 표현이 들어간다, 일본 정부는 10억엔 수준의 일본 정부 예산을 출연해 재단을 설립했다’ 등을 설명한 것으로 나온다. 아울러 이 국장이 나눔의집 등 위안부 할머니 지원단체들과 어느 정도로 합의 내용을 공유해야 하느냐고 윤 의원에게 조언을 구하기도 했다.

이에 대한 윤 의원의 반응은 모두 비공개 처리됐다.

또 ‘정대협(정의연) 입장 발표 문제’라는 소제목 하에는 “이 국장이 합의 문안 공유는 어렵다고 하고, 설득을 위해 ‘일측 대외 설명 요지를 구두로 설명”, “이 국장이 내일 협의 결과 발표시까지 대외 보안에 각별히 유의해줄 것을 당부했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한변은 기자회견에서 “윤미향 씨는 박근혜정부가 위안부 피해자들이나 피해자 지원 단체의 의견을 묻지 않고 일본과 합의했다고 비난했다”며 “왜 그런 허위 이야기를 했는지 알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합의 내용을 진솔하게 피해 할머니들께 얘기하고 공유했다면 피해자들이 그렇게 반발했을지, 박근혜 정부가 합의를 잘못했다고 그렇게 매도됐겠냐는 생각이 든다”고 덧붙였다.

윤 의원은 한일 위안부협의가 발표된 다음날인 28일 기자회견을 통해 “한일 합의 전 (정대협 등 시민단체와) 어떠한 협의도 없었다”며 “과정에 대한 어떠한 논의도 없이 너무나도 일방적인 발표”라고 말한 바 없다.

이번 한변이 공개한 외교부와 윤 의원의 협의 내용은 한변 측의 정보공개 청구를 통해 이뤄졌다. 한변은 2020년 6월 윤 의원이 위안부 합의 내용을 알고 있었는지, 윤 의원의 의견이 합의에 반영됐는지 국민이 알 권리가 있다며 외교부에 면담에 관한 자료와 정보를 청구했으나 비공개 결정을 통보받고 소송을 냈다. 1심에는 외교부가 패했으며 지난 10일 2심 항고심에서도 1심 판결이 유지됐다. 외교부는 상고포기를 하고 지난 25일 정보공개 청구 문서를 한변에 전달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사실관계에 대해서 소모적 논쟁이 너무 오래 지속되어서 안타깝게 생각했는데 그간의 논쟁이 종식되고 국민 알 권리가 충족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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