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청이냐 불법파견이냐`..엇갈린 판결에 산업계 혼란

2006·2010년 대법원 판결 충돌
노·사 비정규직 갈등 고조..산업현장 혼란
현대차, 대법원 재상고 추진
  • 등록 2011-02-10 오후 4:25:37

    수정 2011-02-10 오후 4:29:58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조선·철강·기계금속·전기전자·자동차 업종에 널리 퍼져있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사내하청(도급)으로 볼 지, 불법파견으로 볼 지 논란이 커지고 있다.

10일 서울고등법원은 현대자동차(005380) 울산공장 협력업체 소속 최병승씨에게 파견노동자 지위를 인정해줬다. 최씨는 의장공정에 투입돼 일하면서 그를 고용한 예송기업이 아니라 원청업체(현대차)의 지휘를 받은 만큼, 도급이 아니라 불법파견이라는 것이다. 

2010년 7월 대법원의 파기환송심의 취지를 받아들인 것이다. 당시 대법원은 "사내하청 노동자가 지휘계통이 비슷하고 2년이상 근무했다면 원청회사에서 근무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선고했다.

◇ 2010년과 2006년, 엇갈린 법원 판결..비정규직 갈등 전면에   그러나, 2006년 대법원은 비슷한 사안을 적법도급으로 판결했다. 2006년 최병승씨 등이 포함된 현대차 비정규직 노조가 '집회및시위금지 가처분 신청'을 내자 "현대차가 근로자들을 직접 고용한 것으로 볼 수 없다"며 "적법도급에 해당된다"고 판단한 것.

사내하청(도급)이냐 불법파견에 따라 근로조건이 크게 달라진다. 하청근로자는 2년이 지나도 원청회사(현대차 등)는 정규직화할 의무가 없다. 하지만, 파견근로자는 정규직화하거나 파견계약을 해지해야 한다. 

대법원의 판결이 엇갈리면서, 비정규직을 둘러싼 갈등이 전면화되고 있다.    금속노조를 중심으로 현대차·기륭전자·동희오토·한국GM 등의 비정규직 근로자들이 점거농성 등을 하면서, 생산 차질과 함께 구속·수배 등의 사태가 잇따르고 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2010년 300인 이상 사업장 전체 근로자(132만6040명) 중 사내하도급 근로자는 24.6%(32만5932명)나 된다. 업종별로는 ▲조선(61.3%)▲철강(43.7%)▲전기·전자(14.1%)▲자동차(16.3%)등이다.

◇ 판단기준은 지휘·명령 관계..컨베이어시스템 논란

지난 해 대법원과 오늘 서울고등법원은  "자동차 조립은 자동생산방식으로 하청업체의 지휘권은 미약하다"면서 "(최씨가 일해온) 의장공정은 참고인(현대차) 현장관리인이 정규직 결원시 연장근로나 야간근로를 지정하는 등 원고는 예송기업 고용후 현대차에 파견돼 직접 근로자로서의 지휘가 있었다고 인정된다"고 밝혔다.

반면, 2006년 대법원은 "현대차 사내하도급업체의 근로자들인 최병승씨 등을 직접 지휘·명령해 사용한다고 볼 증거가 없어 현대차와 사내하청업체간 관계를 위장도급이나 근로자파견계약으로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2010년 대법원은 현대차가 최씨를 실질적으로 지휘·명령했다고 인정한 반면, 2006년 대법원은 그렇지 않다고 판결한 것이다.

6년동안 최씨 법무대리인으로 활동해 온 법무법인 백범의 고재환 변호사는 "오늘 판결로 최소한 의장공정에서 최씨와 비슷한 근로조건에서 근무하는 하청 근로자는 파견 노동자의 지휘를 인정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 금속노조 "제2차 비정규직 투쟁" vs 경총 "산업 경쟁력 약화 우려"

금속노조 김형우 부위원장은 "비정규직 문제는 정규직 노동자들도 외면했던 사안"이라면서 "이번 판결이 2차 투쟁에 도움을 줘서 비정규직 노동자들도 정규직으로 전환돼 인간답게 살 수 있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환영했다.

그러나 기업들은 오늘 판결로 경쟁력이 약화될까 우려하고 있다.   한국경영자총연합회는 "법원이 글로벌한 추세와 달리 도급계약에서 비롯되는 최소한의 생산협력과 기능적 공조행위 마저 불법파견의 근거로 판단한 것은 문제"라면서 "원화강세 및 원자재가격 상승으로 인한 경영환경 악화와 맞물려 우리 경제에 악영향을 초래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오늘의 판결은 컨베이어(대량생산) 작업 특성상 (정규직과 하청근로자간) 동시작업이 불가피한 업무형태를 간과한 것"이라면서 "비슷한 일을 했다고 비정규직을 모두 정규직화하라면 한국에서 공장을 짓고 고용을 늘리는 건 어렵지 않겠나"라고 비판했다.    ◇ 획일적 적용 힘들어.. 끝나지 않은 소송   노동계는 이번 판결을 계기로 현대차(005380), 현대하이스코(010520), 포스코(005490), STX(011810) 등 사내하청 근로자의 정규직화 투쟁을 확대할 계획이다.   하지만, 노무 전문가들은 비정규직 근로자들의 근로조건을 향상시키는 일과 별개로 오늘 판결로 우리나라 제조업의 대량생산시스템에서 아웃소싱(하청)이 사라지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한 노무사는 "철강이나 자동차처럼 A라인에서 정규직이 작업하고, B라인은 비정규직이 하다 A라인에 결원이 생기면 하청업체 근로자가 투입되는 제조업체들의 경우 불법파견의 가능성도 있지만, 오늘 판결만으로 우리나라에서 아웃소싱이 전부 사라지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최씨의 경우 2000년대 중반 상황을 기준으로 했을 때 불법파견으로 인정받은 것이어서 지금의 현대차를 기준으로 했을 때 불법파견으로 단정짓기 어려우며, 각각의 사안에 대해 법적인 판단을 받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현대차는 1997년 구조조정이후 정규직을 거의 안 뽑아 울산공장의 경우 (정규직이 될 수도 있었던 사람들이) 하청업체 직원으로 고용된 측면이 있다"면서도 "오늘 판결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에 대한 법적인 강제력은 없다"고 말했다.   이후에도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둘러싼 법적 쟁송은 불가피하다는 이야기다.    금속노조는 하청지회 조합원 1937명을 원고로 현대차를 상대로 집단 소송을 제기했으며, 현대차역시 오늘 판결이후 대법원에 재상고하는 것은 물론 헌재에 헌법소원을 제기할 계획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2010년 대법원 판결이후 금속노조의 불법적인 공장점거로 3269억원의 매출손실을 입는 등 사상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며 "하청 근로자들은 법원의 최종 판결이 나올때까지 불법 집단 행동을 자제해야 하며, (엇갈린 판결을 냈던) 대법원은 전원합의체를 통해 법령해석의 통일을 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 관련기사 ◀ ☞현대차 브라질 공장 2년여만인 25일 `첫 삽` ☞"2년이상 정규직과 비슷한 일했으면 현대차 직원"…노·사 입장 대립 ☞비정규직 패소한 현대차.."대법원에 재상고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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