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무사, 세월호 유가족 야구 응원팀까지 사찰

사참위, 기무사·靑·軍 검찰 고발 예정
"인터넷에 글 올린 실종자 형이 타깃"
청와대 윗선과 공모 가능성 제기
  • 등록 2020-01-08 오후 1:43:04

    수정 2020-01-08 오후 2:18:38

4·16 세월호참사 진상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을 위한 피해자 가족협의회가 8일 오전 서울 중구 포스트타워에서 열린 ‘전 기무사 및 청와대 관계자 등의 민간인 사찰 혐의 수사요청 기자간담회’에서 희생자들을 위한 묵념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이데일리 김보겸 기자] 4·16 세월호 참사 직후 군이 유가족들을 불법 사찰해 청와대에 보고한 구체적인 정황이 드러났다.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 등은 사찰 정보를 기무사령관으로부터 35차례 대면보고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원회(사참위)는 8일 오전 서울 중구 포스트타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민간인이 아닌 군 관련 첩보를 수집해야 할 기무사가 세월호 유족을 불법으로 들여다봤으며 청와대와 국방부의 공모가 의심된다”고 밝혔다.

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원회는 8일 기자회견을 열고 군 기무사가 세월호 유족에 대해 불법 사찰을 한 문건을 공개했다 (사진=사참위)


기무사 보고서에 ‘형은 LG 팬…학부모 다수가 공장 노동자’

사참위는 세월호 유가족에 대한 기무사의 불법사찰 자료를 공개했다. 지난 2014년 7월 8일 청와대에 보고된 기무사 자료에는 한 세월호 실종자의 형 A씨의 신상정보가 담겼다. 해당 자료에는 ‘대학시절 HSK(한어수평고시)·재무회계 등을 공부함’, ‘중고거래 카페에서 선글라스, 자격증 공부 관련 책들을 주로 거래하고 있음’, ‘중학교 때부터 엘지 트윈스 팬이었음’ 등 세세한 내용이 명시됐다. 사참위는 세월호 참사 직후 관련 내용을 인터넷 게시판에 활발히 올린 A씨가 기무사의 타깃이 돼 불법 사찰을 당한 것으로 보고 있다.

사참위에 따르면 당시 기무사는 안산시 단원고 학부모들의 직업을 거론하며 충분히 보상금을 지급해 원만히 해결하도록 해야 한다는 등의 제안을 했다 (사진=사참위)


또한 2014년 4월 24일 안산 310 기무부대에서는 단원고 학부모들의 직업을 거론하기도 했다. 사참위가 공개한 문건에는 ‘안산시 학부모 다수가 반월공장 노동자로 반정부 성향이나, 보상금을 충분히 주는 방식으로 원만한 해결을 기대한다’는 내용이 명시됐다. 기무사는 실종자 가족들이 진도체육관에서 서로 멱살을 잡는 사진이나 희생자 어머니가 수면제를 과다 복용하고 병원으로 후송됐다는 내용 등의 유가족 동향도 파악했다.

사참위는 이런 행위가 유가족에 대한 권리 침해와 업무 방해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사참위 관계자는 “유가족 관련 부정 여론을 형성해 세월호 정국을 전환하려는 시도가 있었고 이를 위한 민간인 사찰에 청와대가 공모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윗선 지시 없이 불가능…靑·軍도 검찰 고발할 것”

사참위는 △김기춘 전 비서실장 △김장수 전 안보실장 △박흥렬 전 경호실장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 및 안보실장 △한민구 전 국방부 장관 등 청와대 및 국방부 관계자 5명을 검찰에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및 업무방해 혐의로 이르면 내일 검찰에 고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장수 전 실장이 세월호 관련 기무사 보고를 받고 ‘최고의 부대’라고 평가했다는 대목이 나온 만큼, 불법 사찰에 윗선의 공모가 있다고 본 것이다.

사참위는 아울러 기무사 지휘부와 예하부대원 등 66명도 같은 혐의로 고발할 계획이다. 사참위 관계자는 “기무사 지휘부는 민간인 사찰이 위법이며 직무와는 무관하다는 사실을 알고도 세월호 유가족 분위기와 소란 행위, 정치적 성향 등을 파악하도록 지시했다”고 설명했다.

기무사가 작성한 세월호 유가족 사찰 보고서는 수백건에 달한다. 기무사 정보융합실이 주관해 참사 12일 후인 2014년 4월 28일 태스크포스(TF)를 꾸린 후, 약 180일간 진도와 안산 기무부대가 만든 유가족 사찰 정보보고서는 사참위가 파악한 것만 627건이다. 이 중 김기춘 전 실장 등에게 대면 보고된 건은 35건으로 파악됐다.

사참위가 분석한 기무사 관련 자료는 수만쪽에 달한다. 사참위는 이번에 밝힌 세월호 유가족 사찰 외 관련 사안은 추가 조사를 이어갈 계획이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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