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로서 책임”..금호석유화학 차등감자 요구 수용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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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금호석유화학엔 감자를 요구할 명분이 명확치 않아 고통 분담 차원의 감자를 요구할 수 있을지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이와 관련, 최대현 산업은행 기업금융 부행장은 지난 11일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감자 여부는 올해 말 회사 재무 상태와 채권단의 경영권 지분 확보 여부, 인수·합병(M&A) 재추진 여부 등에 따라 종합적으로 검토할 사안”이라며 “현 단계에서 언급하긴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본격적인 감자 논의는 채권단이 보유한 8000억원 규모의 영구채를 출자전환하는 과정과 맞물려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영구채를 주식으로 전환하면 채권단의 아시아나항공 지분율은 37%에 달하게 돼 최대주주로 올라서게 된다. 채권단 주도의 구조조정과 경영정상화 방안이 진행되면 금호산업과 금호석유화학은 채권단에 협조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재계 일각에서는 “무엇보다 형제 간 분쟁 속에서도 묵묵히 금호그룹 와해를 지켜본 박찬구 회장으로선 마음이 착잡할 것”이라며 “(채권단의)차등감자 요구를 감내할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전했다. 아시아나항공 경영정상화를 위해 주주로서의 책임을 끝까지 질 가능성에 무게가 실릴 것이라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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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재계 관계자는 “당시 금호석유화학의 주주들과 임직원들은 금호아시아나그룹에서 분리되기를 원했다”며 “마지막까지 금호석유화학을 지켜냈던 박찬구 회장의 소위 ‘형제의 난’을 통한 경영분리 시도가 신의 한 수가 됐다”고 평가한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워크아웃을 체결한 지 6년 만인 2015년, 산업은행과 채권단은 금호아시아나그룹의 경영정상화가 달성됐다고 판단하고 금호산업 경영권 및 출자전환 주식을 당시 박삼구 회장에게 매각했다. 하지만 박삼구 회장은 금호산업을 7200억원에 인수한 이후 다시 유동성 위기에 빠졌다. 자금여력이 없는 상황에서 무리한 그룹 재건을 추진하다 결국 금호타이어와 아시아나항공을 매각하는 결말을 맞게 됐다. 박삼구 전 회장이 “인생의 모든 것”이라고 불렀던 아시아나항공은 창립 31년 만에 금호를 떠나 범현대가(家)에 매각되는 듯 했지만 코로나19에 직면하면서 이마저도 성사되지 못했다. 결국 아시아나항공은 돌고돌아 또다시 채권단의 손에 맡겨지게 됐다.
반면 금호석유화학은 자율협약에 돌입한지 3년 만인 2012년 12월말 채권단 관리를 벗어나 경영을 정상화했다. 특히 금호석화는 자율협약 졸업 이후 안정적인 이익 창출을 통해 지속적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금호석화는 최근 코로나19로 여파에도 불구하고 의료용 장갑 소재인 NB라텍스 수출량이 급증하면서 실적 개선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금호석화는 세계 NB라텍스 시장에서 35% 점유율로 1위에 올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