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심코 중고앱에 올린 `명절선물`…자칫하단 처벌 받습니다

“쓸모없어서” “저렴해서” 거래자 모두 ‘윈윈’
건기식·주류는 현행법상 중고거래 안돼 주의
위반하면 5년이하 징역·5000만원 이하 벌금
무심코 거래했다 낭패…“선택권 침해” 비판도
  • 등록 2024-02-15 오후 3:28:03

    수정 2024-02-21 오후 3:24:38

[이데일리 이유림 기자] ‘국내산 6년근 홍삼세트 맛도 진하고 포장도 고급져요’, ‘선물받은 고급 위스키 저렴한 가격에 올립니다’

설 연휴가 끝나자 중고거래 플랫폼을 중심으로 홍삼·비타민 등 명절선물 ‘되팔이’ 글이 급증하고 있다. 그러나 건강기능식품과 주류 등은 현행법상 중고 거래가 금지된 물품이라 무심코 판매하려다 처벌을 받을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중고거래 플랫폼 당근마켓에 올라온 홍삼 판매글(사진=당근마켓 갈무리)
14일 중고거래 플랫폼 당근마켓 검색창에 선물세트를 검색하면 다양한 판매글이 올라와 있다. 고물가 시대에 한 푼이라도 아끼려는 판매자와 구매자의 수요·공급이 맞아 떨어진 결과다. 실제로 중고거래 플랫폼에 올라온 홍삼세트의 판매 희망가는 인터넷 최저가보다 저렴한 가격에 형성돼 있다.

서울 성북구에 거주하는 주부 강모(56)씨는 “남편과 아이들이 받아온 명절 선물이 많아 처치 곤란일 때가 많다”이라며 “홍삼은 가족 중 먹는 사람도 없어서 중고 거래도 한다”고 밝혔다. 서울 관악구에 거주하는 직장인 최모(29)씨도 “설 직후는 자취생 입장에서 장이 서는 날”이라며 “치약, 샴푸는 물론 거의 모든 용품을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어 수시로 들어가 확인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홍삼·비타민·콜라겐과 같은 건강기능식품은 현행법상 지방자치단체에 관련 판매업을 신고한 사람만 판매가 가능하다. 판매가 아닌 무료 나눔이라도 같은 자격을 갖춰야 한다. 이를 위반할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와인·위스키 등 주류 역시 판매업 면허를 받지 않고 판매하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화장품 중고 거래에도 주의가 필요하다. 홍보·판촉용 화장품(샘플 화장품)은 거래할 수 없으며, 이 상품군을 중고거래할 경우 1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이미 포장을 개봉한 화장품을 거래하는 것도 현행법에 저촉된다.

이러한 품목에서 개인 간 거래를 제한하는 이유는 건강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상품인 만큼 허위·과대 광고에 대한 우려가 높기 때문이다.

문제는 중고거래가 보편화됨에 따라 현행법상 개인 간 거래가 금지된 물품인지 모르고 거래 게시글을 올리는 경우가 대다수라는 점이다. 재판매 금지 규제가 소비자 선택권을 제한한다는 비판도 꾸준히 제기됐다.

직장인 최씨는 “포장지를 뜯지도 않고 유통기한도 긴 홍삼을 되파는 게 그렇게 위험한지 의문”이라며 “법 위반으로 처벌된 사람을 본 적도 없고 사실상 유명무실한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중고거래 플랫폼을 애용한다는 임모(30)씨도 “과일 선물세트도 많이 올라오는데 오히려 그런 음식이 더 상하기 쉽다”며 “정확히 어떠한 기준으로 규제하는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수년간 민원이 제기되자 정부도 규정 변경을 검토하고 있다. 국무조정실 규제심판부도 지난달 16일 건강기능식품의 개인 간 재판매를 조건부로 허용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그러면서 식품의약품안전처에 △거래 횟수, 금액 등 세부 허용 기준 마련 △일탈 행위 감시·차단 방안 마련 △시범사업 후 시행 결과 분석 및 추가적인 의료 수렴 등을 주문했다. 식약처 관계자는 “1분기까지 안전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4월부터 시범사업에 들어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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