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용산구 한 정형외과 물리치료실에서 물리치료사가 곤란해하며 환자에게 설명했다. 맨손으로 근육이나 골격 등에 물리적인 힘을 가하는 ‘수기치료’는 환자의 통증을 더는 데 효과적인 치료법이지만, 과잉으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아 물리치료사들이 피로를 호소하고 있다. 특히 일부 정형외과에서 환자를 유치하기 위해 ‘서비스 개념의 수기치료’를 모든 환자에게 처방하는데, 물리치료사들은 수기치료가 단순한 ‘안마 서비스’로 전락하고 있어 대책이 필요하다고 호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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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이데일리가 서울 병·의원을 돌아본 결과 수기치료는 대부분 환자에게 처방되고 있었다. 병원을 자주 찾는 환자들이 수기치료를 ‘마사지’로 여기며 요구하기도 하고, 병원도 환자를 놓칠 새라 수기치료를 서비스 형태로 제공하기도 한다.
환자를 치료하는 본 목적을 해치며 ‘마음의 상처’를 받았다는 물리치료사도 있다. 서울의 한 병원에서 근무하는 박모(26)씨는 “너무 쉴 새 없이 공장처럼 돌아가는 수기치료 업무 환경에 몸과 마음이 상해 이직한 사람이 많다”고 토로했다.
병원이 물리치료사에게 과잉 서비스를 요구하지만 물리치료사는 보상을 받지 못하는 실정이기도 하다. 유씨는 “인센티브를 건당 500~1000원 정도 챙겨주는 병원들도 있지만, 인센티브 없는 곳이 대부분이고 우리 병원도 없다”며 “이야기는 해봤지만 원장이 추가 지출을 꺼려 여전히 못 받는 상태다”고 말했다.
서비스 수기치료, ‘오래된 관행’…“필요 환자에만 처방해야”
물리치료사들이 서비스 수기치료를 꺼리는 경향이 생기자, 일부 병원은 아예 ‘서비스 개념의 수기치료를 하지 않는다’며 물리치료사를 구인하기도 한다. 한씨는 “병원급 팀장인 저는 직원을 직접 뽑는 사람으로서 수기치료를 하지 않는다는 것을 강조해 공고를 올리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물리치료사들은 수기치료가 정말 필요한 환자에게만 처방될 수 있도록 병·의원뿐만 아니라 환자들의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고 입 모은다. 이근희 대한물리치료사학회장은 “쉬는 시간도 충분히 보장이 안 되고 불필요한 처방 때문에 제한된 시간 내에 정말 필요로 하는 환자에게 집중하지 못하는 부분도 있다”며 “다리 골절 환자에게 허리 수기치료를 처방하는 등 진단명이 있지 않은 것에 대해 (수기치료) 시행을 하는 건 환자 유인에 들어갈 수 있다. 엄격히 말하면 그런 부분들은 과잉 진료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