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성 이슈 불거지는 치매 치료제 시장
지난 16일(현지 시각) 바이오젠(Biogen) 아두헬름을 복용한 환자 중 3명이 추가로 사망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아두헬름 관련 사망 사건은 이번이 네 번째다. 지난해 11월에도 캐나다에서 75세 여성이 아두헬름을 복용한 후 사망했다. 아두헬름은 지난해 6월 17년 만에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받은 알츠하이머 신약이다.
사망자들은 ARIA(Amyloid-related imaging abnormality, 아밀로이드 관련 비정상적 영상 소견) 증상을 앓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ARIA는 아두헬름의 대표적인 부작용이다. 지난해 11월 미국의사협회 신경학회지(JAMA Neurology)에 게재된 EMERGE 및 ENGAGE 후속임상의 2차 분석에 따르면, 환자 3285명 중 425명(약 40%)이 ARIA 증상을 경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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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젠은 “지금까지 보고된 사망자 중 아두헬름과 관련된 사망자는 없다”고 반박했지만, 안전성에 대한 시장 우려는 여전하다. 바이오젠은 효능과 안전성의 추가 입증이 필요한 상황이다. 올해 바이오젠은 1500명을 대상으로 임상 4상 확증시험(ENVISION)에 나선다.
이후 일라이릴리는 올 1분기에 제출하려고 했던 FDA 허가 신청서 제출을 미뤘다. 지금대로라면 아두헬름과 마찬가지로 보험 혜택 면에서 타격이 있을 것이란 판단에서다. 도나네맙은 아두헬름과 같은 계열 치료제다. 회사는 임상 3상인 TRAILBLAZER-ALZ와 ALZ2에서 임상적 데이터를 확보할 때까지 기다린다는 입장을 표했다.
국내사, 부작용 적은 천연물 신약으로 도전장
알츠하이머 치료제 파이프라인을 보유한 글로벌 제약사들이 임상을 통한 안전성과 효능 입증이라는 과제를 안은 가운데, 국내 기업들은 ‘천연물 신약’으로 치매를 극복하려는 움직임을 보인다. 천연물 의약품은 동식물 등 생물과 생물의 세포 등을 활용한 약을 말한다. 전 세계 천연물 신약 시장은 2018년 279억달러(약 33조원)에서 2023년 406억달러(약 48조원)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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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포럼은 한방유래 천연물로 이뤄진 치매치료제 ‘PM012’를 개발 중이다. 연내 임상 2b상을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메디포럼 관계자는 “현재 환자 투약을 진행하고 있다. 임상 2상 결과에 따라 글로벌 기술수출 혹은 글로벌 임상도 염두에 두고 있다”며 “천연물 의약품은 합성 의약품보다 부작용이 적다. 최근 치매 치료제에서 부작용 이슈가 나오고, 특히 미국과 유럽은 안전성을 중요시하는 만큼 시장 대체 가능성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바이오벤처 다당앤바이오, 엠테라파마도 천연물을 이용해 치매 신약 개발에 나섰다. 다당앤바이오는 베타 아밀로이드 생성 억제 효과와 뇌신경세포 보호 효과 등을 지닌 천연물 신약 후보물질 ‘DDN-A-0101’ 미국 임상을 준비 중이다. 엠테라파마도 치매 신약 ‘MT104’을 개발 중이다. 아직 임상에는 돌입하지 않은 상태다.
다만 국내에서 아직 치매 분야에서 천연물 기반 신약 성과가 나온 적이 드물기에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있다. 동아에스티(170900)가 미국 뉴로보에 알츠하이머 치매 천연물신약을 비임상 단계에서 기술이전하기는 했지만, 실적을 내지 못한 기업이 다수다. 일동제약(249420)은 2019년 멀구슬나무 열매 천련자에서 추출한 천연물을 이용한 신약 ‘ID1201’ 임상 3상을 승인받았지만, 현재는 임상이 종료됐다. 일동제약 관계자는 “코로나19 등으로 환자 모집과 임상 진행이 매끄럽지 않아 임상을 종료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환인제약(016580), 광동제약(009290) 등도 개발을 완료하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