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개입' 의혹에 입 다문 朴대통령, 국정 '챙기기'(종합)

이른바 '종북콘서트'에 "편향되고 왜곡된 것" 지적
평창 동계올림픽 분산 개최론에 "의미 없다" 일축
'종북' 언급으로 정윤회 정국 돌파?.."쉽지 않을 것"
  • 등록 2014-12-15 오후 3:43:49

    수정 2014-12-15 오후 3:52:00

[이데일리 이준기 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15일 청와대에서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면서 ‘비선실세 국정개입 의혹’과 관련한 언급을 자제했다. 지난 1일 수석비서관회의부터 7일 새누리당 지도부와의 오찬에 이어 9일 국문회의까지 사흘에 한 번꼴로 ‘권력암투설’에 작심 발언을 보여준 것에 비하면 매우 이례적이다.

청와대 안팎에서는 박 대통령이 그간 분명한 입장을 밝힌 만큼 더 이상의 언급은 파문만 확산할 것이란 판단과 함께 이재만 청와대 총무비서관 등 최측근들에 이어 동생인 박지만 EG그룹 회장까지 이날 검찰에 출두하자 불필요한 논란을 만들지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하고 있다.

정윤회 파동 속 국정 현안 ‘챙기기’

대신 박 대통령은 국정 현안에 몰두하는 모습을 보였다. 박 대통령은 이날 종북 논란을 일으킨 신은미·황선 씨의 토크콘서트에 대해 “자신의 일부 편향된 경험을 북한의 실상인양 왜곡·과장하면서 문제가 되고 있다”며 “극히 편향되고 왜곡된 것”이라며 강한 톤으로 비판했다.

또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분산개최론과 관련해 “세 번 만에 어렵게 유치한 대회이고 각 경기장 공사가 이미 진행 중인 상황에서 분산개최 논의는 의미가 없다”고 쐐기를 박았다. 청와대는 이날 유민봉 국정기획수석 주재로 평창 올림픽 지원 태스크포스(TF) 제1차 회의를 열고 관련 사항을 논의할 계획이다.

앞서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은 지난 8일 모나코에서 열린 총회에서 ‘올림픽 분산개최안’이 포함된 개혁안 ‘아젠다 2020’을 통과시키면서 평창올림픽의 일부 종목을 교류 개최하는 방안을 제안해 논란을 빚었다. 평창 올림픽은 행사 중 임기가 마무리되는 박 대통령의 마지막 대형 행사다.

박 대통령은 지난 11~12일 부산 벡스코(BEXCO)에서 열린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에 대한 꼼꼼한 후속조치도 당부했다. 그는 “한·베트남 자유무역협정(FTA) 체결로 현 정부 들어 5번째 FTA를 체결하게 됐다”며 “이제 남은 과제는 우리 기업들이 FTA의 장점을 적극 활용하는 것인데 낮아진 관세를 활용한 수출 확대를 뛰어넘어 투자 유치를 통한 일자리 창출까지 고려하는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박 대통령은 국제유가 급락을 호기로 활용하는 방안을 찾으라는 주문과 함께 연말연시 대금지급 지연 및 체불임금 대책 등 서민과 중소기업 대한 대책도 세우라고 지시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사회적으로 가장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대한항공의 이른바 ‘땅콩 회항’ 사건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종북’ 언급으로 ‘정윤회 정국’ 돌파?

일각에서는 박 대통령의 ‘종북 콘서트’ 언급이 정윤회 파문을 희석하려는 이른바 ‘물타기 전략’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비선실세 국정개입’ 의혹과 관련해 검찰 수사를 받던 최모 경위의 자살로 민정수석실의 ‘회유 의혹’이 파문을 일으키자 수세에 몰린 청와대가 ‘종북 몰이’를 통해 정국 반전을 꾀하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얘기다.

실제 야권의 공세도 더 거세지고 있다. 당장 최 경위 사망사고를 두고 ‘청와대의 가이드라인에 짜 맞춘 검찰 수사에 견디지 못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이란 프레임으로 몰아가면서 향후 청문회나 국정조사, 특검 등의 요구에 나섰다. 야권의 한 관계자는 “국정개입 논란의 후폭풍이 거센 탓에 박 대통령의 뜻대로 정국 반전을 꾀하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와 여권 일각에서는 국정개입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 결과와 상관없이 박 대통령의 최측근들과 혈육이 연루된 보기 드문 국가적 혼란 사태를 맞은 만큼 정국 반전을 위해 박 대통령이 신년 대국민사과를 하거나 핵심 비서진을 교체하는 인사 조치를 단행해야 한다는 주장도 고개를 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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