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현대重, 20년만에 '파업 먹구름'

12년만에 여름 휴가전 타결 실패
18일부터 교섭 재개..통상임금·처우개선 '평행선'
  • 등록 2014-08-16 오후 8:15:57

    수정 2014-08-16 오후 8:19:05

[이데일리 정태선 기자] 19년간 무파업을 이어온 현대중공업의 노사관계에 먹구름이 드리워졌다.

현대중공업(009540) 노사가 오는 18일부터 임단협 교섭을 재개할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예년과 달리 노사 합의까지 난항을 겪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12년 만에 탄생한 현대중공업 강성노조는 지난 2002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의 인상안을 제기했지만, 회사 측은 경영상 어려움을 호소하며 노조 측 요구안을 수용할 수 없다는 뜻을 거듭 반복하고 있다.

현대중공업 노사는 지난 5월 중순부터 20여 차례 이상 교섭을 진행 중이지만 이견은 좁히지 못했다.

이번 임단협의 쟁점은 통상임금과 처우 개선이다.

‘민주노조’를 표방하는 현 노조 집행부는 △올 해 임금 13만2000원(기본급 대비 6.51%, 통상임금 대비 5.9%)인상 △성과금 ‘250% + 추가’ △호봉승급분(2만3000원→5만원) 인상 △노조전임자 임금 지급 △임금삭감 없는 정년연장 △대법원 판결에 따른 통상임금 적용 범위 확대 등을 요구하고 있다.

이 같은 노조의 요구에 사측은 “경영악화로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2분기엔 1조1037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창사 이래 최대 규모의 분기실적이다. 신용평가사들은 일제히 신용등급을 강등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에 따라 비상경영을 선포하고, 지난 12일 최길선 전 대표이사 사장을 조선·해양·플랜트 총괄회장으로 선임해 위기 상황을 극복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노조 측은 사측이 주장하는 경영난에 관해 “업계 최고의 사내유보금을 쌓고 있고 경영진의 연봉도 업계 최고 수준”이라며 파업 가능성도 열어 두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이달 초 열린 27차 교섭에서도 타결하지 못하고 2일부터 16일간 여름휴가에 들어간 상황. 노사의 임단협 타결이 여름휴가를 넘어간 것은 12년 만이다.

노사 양측은 2주간의 휴가가 끝나는 내주부터 교섭을 다시 시작한다. 양측 모두 추석 전 임단협 타결을 바라고 있지만 서로 평행선을 달리고 있어 타협점을 찾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정병모(앞줄 왼쪽) 현대중공업 노동조합 제20대 위원장이 작년 12월 3일 울산 본사 체육관에서 취임식을 했다. 그는 “허울뿐인 정년 연장 바꾸겠다. 임금 삭감 없는 정년 연장 반드시 관철하겠다”고 강조하고 비정규직 문제를 집중 거론했다. 현대중공업에서는 12년만에 나온 강경파 노조다. 현대중공업 노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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