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경 해체 이후 내부 게시판엔 '지휘부 성토' 줄이어

  • 등록 2014-05-21 오후 6:51:16

    수정 2014-05-22 오후 1:55:26

[이데일리 e뉴스 정재호 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대국민담화를 통해 해양경찰청(해경) 해체를 발표한 지 사흘째인 21일 해경 내부망 게시판에는 김석균 해양경찰청장 등 지휘부를 성토하는 일선 해양 경찰관들의 자조와 울분 섞인 글들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지난 19일 박 대통령이 대국민 담화를 통해 ‘해경 해체’를 전격 발표한 뒤 해경 내부망 게시판에는 이틀 만에 200여건의 글들이 익명과 실명으로 쏟아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해경은 창설 61년 만에 ‘조직 해체’라는 최악의 상황에 직면했으나 김 청장은 “국민과 대통령의 뜻을 겸허히 수용하겠다”고 밝히는 데 그쳤다.

이와 관련해 한 기관의 수장으로서 조직의 미래에 대한 고민이 결여된 무책임한 처신이었다는 비판이 거센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 대책에 한마디도 하지 못하는 지휘부를 향한 불만의 목소리다.

한 경찰관은 “지휘부는 지금 이 시간에도 묵묵히 근무하는 1만여명의 해양경찰과 그 가족들, 해경을 거쳐 간 수많은 선배와 가족까지 이루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사람에게 치욕을 안겼다”고 전했다.

창설 이후 61년 동안 해양 주권을 수호하다 희생된 169명(전사 26명, 순직 7명, 공무상 사망 136명)이 쌓은 전통을 기억하자는 것이다. 해경은 최근 늘어난 불법 조업 중국 어선을 단속하는 과정에서 2명이 순직하고 100여명이 다치기도 했다.

또 다른 경찰관은 “20대를 함정에서 근무하며 명절이나 가족모임, 연휴 때 한 번 육지에서 보내지 못하고 제복의 품위와 위신을 지키기 위해 애썼다. 그런데 지금 왜 1만여명의 해양경찰이 이런 수모를 당해야 하는가”라고 토로했다.

뿐만 아니라 한 경찰관은 아내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린 절절한 사연의 글을 내부망으로 옮기며 침통한 심경을 드러내기도 했다.

김 청장은 내부망에 ‘직원 여러분께 드리는 글’을 올려 수습 후 책임 의지를 내비쳤다.

김 청장은 “모든 책임은 저에게 있고 현장이 수습되는 대로 모든 책임을 질 것”이라며 “직원 여러분을 생각하면 안쓰럽고 미안한 마음뿐이지만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국민의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이며 본연의 임무를 소홀히 하지 않는 것”이라고 밝혔다.

1953년 출범한 해경은 세월호 침몰 사건과 관련한 부실 대응으로 조직 해체를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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