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음모 혐의 등으로 사전구속영장이 청구된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이 국회를 ‘혁명의 교두보’로 언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의원은 또 국정원이 지하혁명조직으로 파악한 이른바 ‘RO’ 회합을 지난 5월 두차례에 걸쳐 소집, 현 정세가 전쟁상황임을 강조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정부는 2일 이같은 내용이 담긴 이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요구서를 국회에 제출했다. 정부는 “범죄사실이 매우 중대하고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다”면서 구속수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바람처럼 모여서 바람처럼 사라지시라”
지난 5월9일 오후 4시30분 경기 수원 장안구 영화동 소재 KT지사 근처 골목. 체포동의요구서에 따르면, RO 지역책인 홍순석 통진당 경기도당 부위원장은 당시 조직원 000에게 소집명을 하달하면서 “수련원 부근에 차를 세우고 핸드폰을 끌 것” 등 보안수칙 준수를 지시했다. 이는 전날인 5월8일 이 의원이 각 지역책들에게 전체 조직원 소집령을 내린데 따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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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에 따르면 이 의원은 이틀 뒤인 5월12일 다시 회합을 소집했다. 오후 10시 서울 마포구 합정동 소재 한 종교시설 강당에서였다. 이날 회합에도 130여명이 집결했다. 이 의원이 당일 소집령을 발령했고, RO 조직원들은 하루도 안돼 급히 모여들었다.
이 의원은 이날 기조강연을 통해 통진당의 국회 진출은 혁명의 교두보라고 표현했다. 그는 “지난해 새로운 시기적 전환기를 주동적으로 돌파하기 위해 미 제국주의의 낡은 양당 질서라는 체계를 끊어뜨리기 위해 진보당을 만들었다”면서 지난해 4·11 총선에서 당선된 것을 두고 ‘원내 교두보’라고 했다.
또 지난 3월 북한의 정전협정 백지화 선언을 ‘전쟁상황’으로 인식하면서 속도전을 강조했다. 이 의원은 이날 마무리발언을 마치면서 이렇게 말했다. “바람처럼 사라지시라….”
이날 정부가 제출한 체포동의요구서에는 그간 언론에 공개된 5월12일 회합 당시의 기조연설은 물론 마무리발언까지 상세히 기재돼 눈길을 끈다.
이 의원은 지난 5월12일 마포 회합 마무리발언을 통해 북한이 무력혁명 투쟁의 상징으로 선전하는 ‘한자루 권총사상’과 사회주의 유혈혁명의 상징인 볼셰비키 혁명을 예로 들었다.
그러면서 그는 “(철탑 등을) 보이지 않는 곳에서 폭파시키면 그야말로 재들(대한민국의 국가기관 등 지칭)이 보면 귀신이 곡할 노릇이다. 도처에서 동시 다발로 전국적으로 전쟁을 준비하자” “총공격의 명령이 떨어지면 속도전으로 일체감으로 강력한 집단적인 힘을 통해서 각 동지들이 자기 초소에 놓여 있는 그야말로 무궁무진한 창조적 발상으로 한순간에 (적들을 공격하라)”고 하는 등의 발언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의원은 또 “가방에 칼 가지고 다니지마. 총도 가지고 다니지 말라. 핵폭탄 보다 무서운 게 사상의 무기다. 이는 무형의 자신임과 동시에 엄청난 힘을 가지고 있다”면서 사상전도 강조했다. 그러면서 “위기의 시기이든 전선이 와해되든 엄혹한 시기이든 간에 어떤 상황과 조건에서도 독자적으로 자체 선전전을 승리할 수 있도록 토대를 구축하는 게 중요하다”면서 “우리 동지들이 잘하는 게 선전전”이라고도 했다.
한편 이 의원은 때로는 조직원들을 공개적으로 질타하기도 했다. 그동안 언론에 세부적으로 공개되지 않았던 지난 5월10일 곤지암수련원 1차회합에서다. 그는 김근래 부위원장이 술에 취해 소집에 참석한 것을 두고 “김근래 지휘원 자네 뭐하는거야 지금!”이라고 소리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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