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부 상징 '9.19 남북군사합의', 4년 3개월여 만에 폐기 기로

尹, 北 잇딴 도발에 9.19군사합의 효력정지 검토 지시
GP 상호 철수 등 합의 초기 비교적 성실히 조치 이행
북미 간 '하노이 노딜' 이후 합의 조치 이행 '시들'
尹정부들어 우리 軍 훈련 빌미 잇따라 합의 위반
  • 등록 2023-01-04 오후 3:58:26

    수정 2023-01-04 오후 7:40:55

[이데일리 김관용 기자] 남북 접경지역에서의 군사적 긴장을 완화하는 ‘안전판’ 역할을 해왔던 9.19군사합의가 존폐 기로에 섰다. 북한의 잇딴 도발로 9.19 군사합의가 사실상 무의미해졌다는게 윤석열 정부의 판단이다. 합의 체결 4년 3개월여 만이다.

9.19 군사합의는 문재인 정부 시기 2018년 9월 19일 체결된 9월 평양공동선언의 부속 합의서다. 정식 명칭은 ‘역사적인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분야 합의서’다. 9.19 군사합의 체결 이후 남북은 합의 내용 이행을 위한 조치들을 속도감 있게 추진했다. 비무장지대(DMZ) 내 상호 11개의 최전방 감시초소(GP) 시범철수를 비롯해 육·해·공 접경지역에서의 적대행위 중지, 공동경비구역(JSA) 비무장화 등이 약속한 기한 내에 마무리됐다.

또 중부전선 화살머리고지 일대에서의 공동유해 발굴을 위한 남북한 연결도로 개설, 한강하구 지역 남북공동 조사를 통한 해도 작성 등의 성과도 냈다. 군사분계선(MDL) 일대에서의 확성기 방송과 전단살포를 비롯한 적대 행위들도 중지했다. 특히 MDL 기준 총 10㎞ 폭의 완충지대를 설정해 이곳에서의 상호간 모든 적대행위를 금지하기로 함에 따라 육군 연대급 이상 기동훈련과 기갑차량을 이용한 실기동 훈련도 사라졌다.

지난 2018년 11월 15일 9.19군사합의 이행 조치의 일환으로 강원도 철원지역 중부전선 우리 군 GP가 철거되고 있다. 윗쪽 북측 GP에서 북한군이 우리측 GP가 폭파되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북방한계선(NLL) 일정구역을 완충수역(서해 135㎞·동해 80㎞)으로 설정해 ‘분쟁의 바다’를 ‘평화의 바다’로 전환하자는 합의 하에 해군 함정의 기동훈련과 포사격 등이 이뤄지지 않았다. 이에 더해 MDL 상공 비행금지구역(서부 20㎞·동부 40㎞) 설정 합의를 통해 남북 군 정찰 항공기 등은 해당 기준선 밑을 비행했다. 이같이 9.19 군사합의는 실제 이행조치들이 추진돼 선언적 수준에 그쳤던 과거의 합의들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을 보였다. 일부 북한의 위반 사례 등이 있긴 하지만 그래도 남북한 간 군사적 긴장완화에 기여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2019년 2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제2차 북미 정상회담이 결렬되고 이후 비핵화 협상 진전이 이뤄지지 않아 남북간 9.19 군사합의 이행도 차질을 빚었다. 남북 군사당국 간 대면 접촉도 한강하구 해도를 전달할 때가 마지막이었다. 2019년 2월 말까지 화살머리고지일대에서 진행할 공동유해발굴단을 구성해 상호 통보키로 했지만, 북측은 침묵했다. 이에 따라 남북공동유해발굴은 남측의 단독 발굴만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다. DMZ 내 모든 GP 철수를 위한 논의도 멈췄다. JSA 자유왕래 관련 합의와 서해 평화수역 조성 등을 논의할 ‘남북군사공동위원회’ 구성도 이뤄지지 않았다.

그러면서 북한은 탄도미사일 등을 발사하며 9.19 군사합의 취지를 어겼다. 윤석열 정부들어선 합의를 지속적으로 위반했다. 우리 군의 정상적 훈련을 트집잡아 지난 해 10월부터 동·서해상 NLL 북방 해상완충구역 안으로 포병 사격을 가한 것이다. 게다가 남북이 분단 이후 처음으로 NLL을 넘어 상대방을 향해 미사일을 발사하는 등 군사적 긴장이 최고조로 치닫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더해 북한은 지난달 26일 소형 무인기 5대를 MDL 이남으로 침투시킴으로써 9.19 군사합의를 또 위반했다. 북한이 현재까지 9.19 합의를 위반한 것은 17번으로, 지난해 10월 이후 3개월간 위반 건수는 15건이다. 이에 우리 정부는 9.19 군사합의 효력정지를 검토하겠다고 경고했다. 그간 북한의 숱한 도발과 위반에도 정부는 군사합의를 남북이 함께 지킬 때 의미가 있다며 준수를 촉구해왔으나, 이번 무인기 영공 침범은 ‘레드라인’을 넘어선 것이라는 판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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