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투' 연루 극작가, 개명해 '대한민국연극제' 출품 '논란'

한국연극협회, 해당 작품 공연 취소 결정
극단 측 억울함 호소에 7일 입장문 다시 발표
  • 등록 2019-06-07 오후 5:44:56

    수정 2019-06-07 오후 5:44:56

‘제37회 대한민국연극제’에 출품했으나 공연이 취소된 연극 ‘은밀한 제안’의 한 장면(사진=한국연극협회).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제37회 대한민국연극제’에 ‘미투’에 연루됐던 극작가가 개명한 상태로 작품을 출품해 논란이 일고 있다. 해당 극단 측에서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는 가운데 연극제를 주관하는 한국연극협회는 해당 작가에 대한 제명과 함께 공연 취소를 결정했다.

한국연극협회는 7일 “‘제37회 대한민국연극제’ 본선 참가 단체인 충청북도 대표 단체의 극작가가 ‘미투’에 연루돼 권리정지 된 회원이라는 의혹을 발견하고 조사를 진행해 이를 확인했다”며 “지난 1일 이사회를 통해 해당 작가를 제명했고 충북 대표 공연단체의 공연 또한 취소키로 결정했다”는 입장문을 발표했다.

취소된 공연은 충북 대표로 ‘제37회 대한민국연극제’에 진출한 극단 시민극장의 연극 ‘은밀한 제안’이다. 한국연극협회는 지난 5월 30일 서울연극협회를 통해 ‘은밀한 제안’의 극작가 김지훤이 ‘미투’ 문제로 지난해 3월 2일 기한부 권리정지된 작가가 개명한 채 다른 지역에 출품했다는 사실을 인지했고 지난 4일 해당 작가에 대한 제명과 공연 취소를 결정했다.

그러나 극단 시민극장 측은 한국연극협회의 이같은 결정이 억울하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극단 시민극장 측은 지난 6일 페이스북에 올린 입장문을 통해 “한국연극협회 이사장에게 작품의 참가자격을 3차례 확인했고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답변을 받고 공연을 진행하게 됐다”며 억울함을 나타냈다.

이에 대해 한국연극협회는 입장문을 통해 “‘미투’로 권리정지 된 극작가의 본선 출품에 대한 사안을 윤리성과 도덕성의 기준으로 바라봤다”며 “해당 극단 대표도 이사회의 질의에서 공연준비과정에 개명한 극작가가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킨 극작가임을 인지하고 있었다고 밝힌 바 있다”고 해명했다.

또한 “해결의 실마리로 해당 극단 측에 공식 사과문 발표를 요청했으나 객관적인 사실 관계 확인이 부족한 채 발표된 극단 측의 일방적 입장문은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음을 드러내며 사태를 더욱 악화시켰다”며 “본 협회의 결정은 ‘미투’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면서도 관행처럼 이어져 온 문제에 대한 성찰과 각성의 결과”라고 강조했다.

오태근 한국연극협회 이사장이 해당 작품의 출품을 받아들였다는 극단 측 주장에 대해서도 해명했다. 박장렬 대한민국연극제 예술감독은 7일 이데일리와이 통화에서 “해당 극단과 한국연극협회 이사장과의 통화는 정확히 한 차례 있었고 해당 통화를 협회의 공식 입장이라고 하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한편 ‘은밀한 제안’의 출품을 결정한 충북연극협회는 “‘대한민국연극제’ 조직위원회의 출품 불허 처분에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도 있고 미숙한 행정 진행에 억울함도 느꼈지만 사전에 문제의 소지가 있는 작품을 엄격히 선발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책임을 통감한다”며 “충북연극협회는 ‘미투’ 운동을 적극 지지하며 ‘제37회 대한민국연극제’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되길 기원한다”고 지난 6일 사과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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