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결 재무제표의 환상…기업 실적 둔갑 '실효성 논란'

자회사 덕에 모회사 실적 급증…당국 "기업 부담 고려해 이대로 공시"
회계업계 일각 "이용자 입장에서 영업익도 지배·비지배주주 나눠 공시해야"
  • 등록 2015-04-20 오후 4:22:46

    수정 2015-04-20 오후 4:22:46

[이데일리 김도년 기자] “실제 영업활동과 전혀 상관없는 자회사의 영업이익이 몽땅 모회사의 영업이익으로 잡히는데, 이런 모회사 실적을 믿을 수가 있을까요?”

국제회계기준(IFRS)이 도입되면서 기업의 재무 상황을 확인하는 주요 재무제표가 개별 기준에서 연결 기준으로 바뀌고 있지만, 이에 대한 실효성 문제가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연결 재무제표란 자회사와 모회사를 하나의 회사로 보고 작성하는 재무제표를 말한다.

2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휴대전화 케이스 제조·판매회사 삼우엠스(082660)의 지난해 말 기준 영업이익은 2억 3389만원에 불과하지만, 100% 지분을 보유한 종속회사 천진크루셜엠스유한공사와 연결한 영업이익은 112억 4820만원으로 늘어난다. 가난한 아버지의 재산이 돈 잘 버는 아들 때문에 마치 부자가 된 것처럼 보이는 것이다.

삼우엠스는 모회사나 자회사 모두 휴대전화 케이스 제조업을 영위하고 있고 지분율도 100%에 달하기 때문에 사실상 연결 재무제표를 모회사 실적으로 봐도 투자자 입장에선 별다른 문제는 없다. 삼우엠스가 같은 사업을 영위하는 수익성 좋은 자회사를 갑자기 시장에 매각하거나 경영권 분쟁으로 지배력을 상실할 이유도 없기 때문이다.

엠케이전자(033160)는 다소 사정이 다르다. 엠케이전자는 한국토지신탁(034830)의 지분 35.57%를 확보한 1대 주주인데 지난달 말 주주총회에서 경영권 표대결에서 2대 주주 아이스텀앤트러스트를 눌러 한토신 경영권을 확보했다.

이렇게 되면 한토신의 영업실적이 고스란히 엠케이전자의 연결 영업이익으로 잡힌다. 엠케이전자의 지난해 말 개별 기준 영업이익은 94억 5831만원에 불과하지만, 807억 9400만원에 달하는 한토신 영업이익과 연결하면 대략 900억원의 영업이익을 공시하게 되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주주총회 직후인 지난달 31일 엠케이전자의 주식는 상한가로 마감했다. 엠케이전자의 실질적인 펀더멘털이나 계열사 간 사업 시너지 효과와는 상관없이 자회사 실적 효과로 주가가 오른 것이다. 만약 내년 주주총회에서 경영권이 2대주주로 넘어간다면 이 같은 실적 증가 효과는 금새 사라질 수 있다.

당기순이익은 모회사의 종속회사 지분율을 계산해 지배주주 순이익과 비지배주주 순이익을 나눠 공시하고 있지만, 영업이익은 기업의 회계처리 부담을 고려해 총액만 공시하고 있다는 게 금융당국의 설명이다.

하지만, 회계 전문가 일각에선 기업의 영업활동을 살펴보는 대표적인 항목인 영업이익도 당기순이익처럼 지배주주와 비지배주주 이익을 나눠 공시하는 것이 기업의 실제 재무상황을 더 잘 반영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정조 리스크컨설팅코리아 대표는 “연결 재무제표는 기업의 실질적인 재무정보를 주지 못하고 있음에도 기업의 회계처리 부담을 의식해 구체화하지 않고 있다”며 “기업이 아니라 이용자 입장에서 필요한 정보라면 제공할 수 있게끔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모회사가 보유한 종속회사 주식은 언제든 팔아서 현금화할 수 있음에도 연결 재무제표에서는 모회사의 자본에서 차감(상계)하도록 돼 있다. 이런 부분도 투자자들이 모회사의 실질적인 자산을 살펴볼 수 있도록 재무제표에 표시해줘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자료 :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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