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유은실 기자] 자동차보험 손해율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내년 자동차보험료 인상을 둘러싼 논의가 수면위로 부상하고 있다. 연이은 보험료 인하로 올해 상반기(1~6월)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이미 적자 구간에 진입한 데다 7월 전국에 쏟아진 강력한 집중호우로 자동차 침수 피해 규모가 317억원을 넘어섰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2배가량 빠른 속도다. 업계는 손해율 급상승 기간인 겨울철 4분기(10~12월)까지 고려하면 자동차보험 손익분기점을 지키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한다.
22일 손해보험업계에 따르면 국내 자동차보험 시장 상위 5곳 손보사(삼성화재·현대해상·DB손해보험·KB손해보험·메리츠손해보험)의 올해 상반기(1~6월) 누적 자동차보험 평균 손해율은 79.4%로 지난해 같은 기간(77.1%)보다 2.3%포인트 상승했다. 이들 손보사의 자동차보험 점유율은 85%가량이다. 손해율은 고객으로부터 받은 보험료 대비 지급한 보험금의 비율을 말한다. 통상 업계는 자동차보험 적정 손해율을 80%로 본다. 즉 사업비 등을 고려해 손해율이 80% 내외면 영업수지 흑자를, 그 이상으로 올라가면 적자를 본다는 의미다. 회사별로는 현대해상의 손해율이 80.7%로 가장 높았고 이어 KB손해보험(79.4%), 삼성화재(79.2%), 메리츠화재(78.8%), DB손해보험(78.7%) 순으로 나타났다.
국내 자동차보험을 판매하는 손보사 7곳(삼성화재·현대해상·DB손해보험·KB손해보험·메리츠화재·한화손해보험·롯데손해보험)으로 범위를 넓히면 손해율은 이미 적자 구간에 돌입했다. 올 상반기 기준 자동차보험 판매 국내 손보사의 누적 손해율은 80.1%로 1년 전보다 2.4%포인트 상승했다. 이처럼 최근 손해율이 악화한 것은 1~2월 한파 영향, 보험료 인하 효과가 겹친 데다 4~5월 연이은 휴가철을 맞아 자동차 이동량이 증가하면서 사고 건수 역시 늘어났기 때문이다.
일단 장마가 예년보다 빠르고 집중적으로 찾아온 결과 이달 6일부터 이날 오후 3시까지 약 2주간 12개 손보사의 침수 피해 접수건은 3496건으로 집계됐다. 추정손해액도 317억원을 넘었다. 지난해 비슷한 기간(2023년 6월27일~7월19일) 전국에서 접수된 피해 신고가 총 1453건, 추정손해액이 134억 2300만원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피해 규모가 2배에 달한다.
가을까지 이어질 늦장마도 우려스럽다. 4분기는 계절적 요인으로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상승하는 시기다. 겨울철 빙판길 사고 증가와 함께 자동차 배터리 방전 사고도 잦은 터라 손해율이 높아진다. 물가 상승에 따른 정비요금 인상 여파도 있다. 국토부와 손보업계는 지난해 12월 자동차보험 정비 수가를 3.5% 올리기로 한 바 있다. 정비 수가는 손보사가 차량 수리 정비업체에 주는 공임비를 말한다. 통상 정비수가 인상분 3%를 보험료에 반영하면 보험사에 따라 1%대의 인상요인이 발생한다. 손해보험업계 관계자는 “연이은 보험료 하락, 이상기후로 자동차보험 손익분기점을 넘기는 게 녹록지 않다”며 “4분기 추이를 지켜봐야겠지만 인상 요인은 충분하다”고 말했다.
|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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