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감한 것은 이정현 대표다. 이 대표는 8.9 전당대회에서 당선된 이후 오로지 “국민만 보고 가겠다”고 다짐했지만 우 수석 문제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고 있다. “신속하고 철저하게 진상이 규명돼야 한다”고 원론적 입장만 밝힌 이후 침묵을 이어가고 있다. 야권의 거센 사퇴 압박 속에서 새누리당이 통일된 입장을 정하지 못하면서 한동안 잠잠했던 계파갈등이 또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는 모양새다.
◇‘우병우를 어찌할꼬’ 당청관계 먹구름…비박 이어 친박계도 사퇴론 가세
8.9 전당대회 이후 순항 기조를 유지하던 당청관계에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지난 11일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 지도부와의 오찬회동에서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며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이어졌지만 최근 상황이 급변했다. 뇌관은 우병우 수석의 거취다. 새누리당은 표면적으로 추가경정예산 처리를 위해서 동분서주하며 야당을 압박하고 있지만 진짜 고민은 우 수석 문제다.
문제는 여야 정치권의 반발이다. 우병우 수석의 사퇴를 요구해온 야당은 말할 것도 없다. 최근 여권 내부에서도 우병우 사퇴론이 확산되는 분위기다. 정진석 원내대표는 이례적으로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자진사퇴를 촉구했다. 비박계 수장인 김무성 전 대표 역시 우병우 사퇴론에 힘을 실었다. 비박에 이어 친박계 역시 우병우 사퇴론에 힘을 실었다. 친박계 4선 중진인 정우택 의원은 22일 “국민의 눈높이로 봤을 때 현직 민정수석이 검찰의 조사를 받는다는 것은 당연히 합당치 않다”며 “스스로 거취 문제를 판단해야 한다”며 자진사퇴를 압박했다.
◇‘할 말 하겠다’ 이정현, 靑 심부름꾼으로 전락 위기
이정현 대표는 이번 사태로 체면을 구기게 됐다. 이 대표가 박 대통령의 최측근이었다는 점에서 그동안의 수직적 당청관계가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이 된 것. 이 대표가 전대 기간 중 강조했던 ‘섬기는 리더십’의 대상은 국민이 아닌 박 대통령이라는 비아냥섞인 비판이 벌써부터 쏟아지고 있다.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 청와대 심부름꾼으로 전락했다는 것. 실제 이 대표는 취임 초 김재원 청와대 정무수석을 만난 자리에서 “대통령과 맞서고 정부와 맞서는 것이 마치 정의이고 그게 다인 것처럼 인식을 갖고 있다면 여당 소속 의원으로서 자격이 없다”고 밝힌 바 있다.
한편 여권 내부의 미묘한 온도차에도 불구하고 22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는 우병우 수석 문제에 대해 별다른 언급이 없었다. 이날 오전 7시 30분부터 10시 20분까지 3시간 가까이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열었지만 ‘우병우’라는 뜨거운 감자에 대한 논의는 일절 회피한 것. 대신에 이날 회의에서는 개성공단, 사이버테러 방지, 김영란법 후속대책, 전기요금 개편, 김해신공항 추진,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편, 지방재정 확충 등 40여개의 주요 민생 현안이 논의됐다. 이 대표는 이날 회의 모두 발언에서 “민생이나 국정을 적극적으로 논의하기 위해 조찬·심야·주말회의도 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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