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관용·송주오 기자] ‘공동 핵 연습’을 두고 한미간 미묘한 입장차를 드러냈지만, 단순 해프닝으로 일단락되는 모양새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은 국내 한 언론과의 신년 인터뷰에서 “핵무기는 미국 것이지만 정보 공유·계획·훈련을 한미가 공동으로 해야 한다. 미국도 상당히 긍정적인 견해”라고 밝혔다. 하지만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기자의 ‘한국과 공동 핵 훈련을 논의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단답형으로 “아니다”(No)라고 잘라 말해 논란이 일었다.
이에 대해 김은혜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3일 서면브리핑을 통해 “한미 양국은 북핵 대응을 위해 미국 보유 핵 전력 자산의 운용에 관한 정보의 공유, 공동 기획, 이에 따른 공동 실행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오늘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은 로이터 기자가 거두절미하고 ‘핵전쟁 연습을 논의하고 있는지’ 물으니 당연히 ‘노’(No)라고 답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특히 김 수석은 해당 기자가 사용한 ‘Joint nuclear exercise’라는 용어는 ‘핵 전쟁 연습’이라는 말로, “핵 보유국들 사이에 가능한 용어”라고 강조했다. 미국 핵무기를 이용한 공동 훈련(Joint exercises using U.S. nuclear assets)으로 표현해야 한다는 얘기다.
바이든 대통령 발언 이후 미국이 추가적으로 내놓은 설명 역시 이와 비슷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백악관 고위 관계자는 “한국이 핵 보유국이 아니기 때문에 한국과 공동 핵 연습(Joint nuclear exercises)을 계획하고 있지 않다”며 “한미는 정보공유 강화, 비상계획 확대,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모의훈련을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 지난 달 20일 한미 연합공군훈련을 위해 한반도 인근에 전개한 미 B-52H 전략폭격기 및 C-17과 한국 공군의 F-35A가 함께 비행하고 있다. (사진=국방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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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전력 운용 공동기획(Joint Planning)과 공동연습(Joint Exercise)은 작년 11월 미국에서 열린 한미 국방장관간 제54차 한미안보협의회의(SCM)에서 합의된 내용이다. 공동기획은 미국의 핵 정책·전략, 작전계획, 신속억제·대응방안 등에 한국이 참여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한미간 통합국방협의체(KIDD),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 억제전략위원회(DSC) 등을 통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공동연습은 미국의 핵 투발 전략자산을 동맹국이 재래식 수단으로 지원하는 시나리오를 실전적으로 훈련하는 것이다. 미국의 핵 투발 전략폭격기 B-2나 B-52의 작전을 동맹국 전투기가 지원하는 ‘스노캣’(SNOWCAT·Support of Nuclear Operations with Conventional Air Tactics)이 대표적이다. 스노캣은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국가들과 하는 공동 핵 연습으로 재래식 항공기를 통해 핵 임무를 지원하는 것이다. 핵 탑재가 가능한 B-52 전략폭격기가 우리 공군과 함께 연합훈련을 한 것도 낮은 단계의 스노캣으로 해석될 수 있다.
우리 군 당국은 아직 NATO 수준의 스노캣 훈련 계획은 없다고 밝혔지만, 향후 한미간 협의에 따라 스노캣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한미 군 당국은 지난해 SCM에서 북한의 핵 사용 시나리오를 상정한 확장억제수단 운용연습(TTX)의 연례 개최에 합의한바 있다. TTX는 2011년 시작됐지만, 지난 정부에서 2019년과 2021년에만 진행됐다. 올해부터 우리 군은 미측과 북한 핵전략 및 능력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북한의 핵사용 시나리오를 상정한 TTX를 매년 실시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