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전 꿈 드디어 실현..준지, 한국판 샤넬로 키울 것"

정욱준 삼성물산 패션부문 준지 CD 상무
伊세계 최대 남성복 박람회 디자이너 초청
"샤넬처럼 몇백년 전통있는 명품 만들 것"
  • 등록 2015-11-30 오후 2:42:08

    수정 2015-11-30 오후 2:42:08

30일 서울 강남구 청담동 비이커 매장에서 정욱준 삼성물산 패션부문 준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상무가 이탈리아 남성복 전시회 ‘삐띠워모’의 게스트 디자이너로 선정된 소감을 밝히고 있다. (사진=삼성물산 패션부문)
[이데일리 염지현 기자] “10년전 이탈리아 ‘삐띠워모’에서 크리스챤 디올의 수석 디자이너인 ‘라프 시몬스’의 패션쇼를 보며 꿨던 꿈이 10년만에 실현됐습니다. 준지를 디올, 샤넬 처럼 몇 백년의 전통을 자랑하는 진정한 명품으로 키우겠습니다.”

30일 서울 강남구 청담동 비이커 매장에서 만난 정욱준(49, 사진) 삼성물산(028260) 패션부문 준지(Juun.J) 크리에이티브 디렉터(CD)는 삐띠워모 게스트 디자이너로 초청받은 소감을 이렇게 말했다.

준지의 의상은 클래식하면서도 수트와 스포츠의 경계를 넘는 독특한 조합으로 세계인들의 시선을 끌고 있다.
내년 1월 패션의 도시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개최되는 삐띠워모란 1년에 두 차례 열리는 세계 최대 규모의 남성복 전시회다. 전시회인 삐띠워모는 누구나 참석할 수 있지만 컬렉션은 그 해 가장 주목받는 디자이너로 선정된 게스트 디자이너만 설 수 있다.

올해 남성복 부문엔 정 상무가, 여성복은 명품 펜디 출신의 마르코 디 빈센조가 선정됐다. 지난 1999년 서울 강남구 가로수길에 16.5㎡(약 5평)짜리 작업실에서 시작한 그가 16년만에 꿈을 이루게 된 것.

정 상무가 패션 디자이너의 꿈을 꾼 것은 어린 시절부터다. 아동복, 액세서리 등을 만드는 부모님 밑에서 직물 등을 만지며 너무나 자연스럽게 디자이너 길에 들어섰다. 지난 1992년 가로수길에 위치한 패션 사관학교 ‘에스모드 서울’을 졸업한 후 1999년 ‘론 커스텀’이라는 브랜드를 처음으로 론칭했다. 브랜드를 론칭한 지 4년만에 타임지 아시아판이 뽑은 ‘아시아 최고 디자이너 4인’에 선정되는 등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이후 2007년엔 자신의 이름을 딴 남성복 브랜드 ‘준지’가 를 시작했다.

프랑스 일간지 ‘르 피가로’는 준지의 옷을 ‘클래식의 변환’이라 표현했다. 무슨 말일까. 아주 전통적이면서도 쉽게 볼 수 없는 독특한 스타일이 살아 있다는 말이다. 전통적인 트렌치코트 소매에 가죽을 덧대고 풍성한 볼륨을 주거나 남성 투버튼 코트를 마치 여성의 드레스 자락처럼 해석한 옷이 대표적이다. 얼핏 보면 남성 수트같지만 또 다른 시각에서 보면 캐주얼한 스포츠 의상 같다.

이 같은 준지 의상은 세계적인 스타들에게도 조금씩 인정받고 있다. 샤넬의 수석 디자이너인 칼 라거펠트는 지난 2009년 펜디 컬렉션 피날레에 준지를 입고 등장했다. 당시 칼 라거펠트의 조수가 이탈리아의 유명 편집숍 단토네에서 준지 옷을 싹쓸어가듯 구매한 사건은 유명하다.

정 상무는 2009년부터 3년간 삼성패션디자인펀드(SFDF)에서 수상한 후 이서현 삼성물산 패션부문 사장과도 손을 잡았다. 그는 “이서현 사장과 손잡은 것은 큰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개인 디자이너로 일할 때는 항상 인적 자원에 목말랐었다”며 “삼성물산 패션부문에서 전문적인 홍보팀, 사업팀의 지원을 받으며 일하자 글로벌한 시각도 생겼고, 브랜드를 세계적으로 알릴 수 있다는 자신감도 생겼다”고 말했다.

이서현 사장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으며 세계 시장에 이름을 알린 준지는 지난 2013년엔 ‘샤넬’, ‘에르메스’, ‘크리스찬디올’ 등 명품 브랜드들이 소속된 ‘파리의상조합’ 정회원에 선정됐다. 파리의상조합 정회원 자격을 얻기 위해서는 기존 정회원 중 2개 이상의 브랜드로부터 추천을 받아야 하는 것은 물론, 패션계 안팎의 전문가로부터 검증 받는 과정을 거치는 등 까다롭기로 유명하다. 준지는 현재 30여개국 100여개 매장에 전개중이다.

지난 2006년 삐띠워모의 컬렉션을 보며 상상했던 꿈을 10년만에 이룬 정욱준 상무. 그에게 아직 남은 꿈이 있을까. 정 상무는 “준지를 100년, 200년 전통을 가진 진정한 명품으로 키우고 싶다”며 “물론 그때는 내가 이 세상에 없겠지만 우리나라의 유일무이한 전통있는 명품을 다져간다는 자부심만은 길게 남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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