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신시컴퍼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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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현식 기자] “춥다! 뼈가 시리게 추워! ”(배우 1) “어둡구나, 먹물처럼 깊은 밤이다.”(배우 2) “이제 산 자는 잠에 들고.”(배우 1) “죽은 자 눈을 뜨는 때.”(배우 2)
서울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대극장에서 공연 중인 연극 ‘햄릿’의 도입부 장면. 으스스한 분위기 속 박정자와 손숙이 각각 ‘배우 1’ 역과 ‘배우 2’ 역으로 무대에 올라 뼈 있는 대사를 번갈아 내뱉으며 명연기 향연의 서막을 연다.
세계적인 대문호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동명 희곡을 기반으로 신시컴퍼니가 제작한 ‘햄릿’은 이번이 삼연이다. 앞서 2016년 초연과 2022년 재연 당시에도 연극계 원로들이 포함된 화려한 캐스팅 라인업으로 주목받았다.
삼연 출연진에는 강필석·이승주(햄릿 역), 이호재·전무송(선왕 역), 정동환·길용우(클로디어스 역), 김성녀·길해연(거트루드), 루나(오필리어), 박정자·전수경(배우 1), 손숙·이항나(배우 2), 정경순(배우 3), 손봉숙(배우 4), 김재건(무덤파기 ), 남명렬·박지일(폴로니우스) 등이 이름을 올렸다. 연극계 주요 시상식으로 통하는 ‘이해랑 연극상’ 수상자만 8명(이호재, 박정자, 손숙, 전무송, 정동환, 김성녀, 길해연, 남명렬)이라는 점이 눈에 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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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느냐, 죽느냐. 그것이 문제다. 잔인한 운명의 돌팔매와 화살을 묵묵히 참고 견딜 것인가, 이길 수 없는 싸움인 줄 알면서도 밀려오는 고해의 파도에 맞서 결연히 싸우다 쓰러질 것인가….” “뒤틀린 세상, 나는 그것을 바로잡기 위해 태어났구나. 이 무슨 운명인가? 나는 저주받았구나. 나는 총기요, 그것을 도려낼 칼이니….” (햄릿)
작품의 러닝타임은 175분(인터미션 20분 포함). 약 3시간에 달하는 공연 시간 동안 깊은 내공을 자랑하는 배우들이 빼어난 연기력을 발휘하며 원작의 주요 내용을 촘촘하게 무대에 펼쳐낸다. 햄릿뿐만 아니라 클로디어스, 오필리어 등 주요 등장인물의 독백 장면까지 충실히 다루며 ‘정통 연극의 맛’을 즐기며 작품에 몰입하게 한다.
현대적 의상과 총, 휴대전화 등의 소품을 활용해 동시대성을 강조한 점도 특징이다. 격정적으로 몸부림치며 고뇌하는 햄릿의 모습이 거울 벽, LED 등으로 꾸며진 감각적인 무대와 어우러지면서 비극적 심리극의 느낌도 잘 배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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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의 문은 영적(靈的) 분위기를 강조한 프롤로그와 에필로그로 심오하게 열고 닫는다. 등장인물들이 숨죽인 채 의자에 앉아 있는 가운데 잔잔한 호수에 던져진 돌처럼 정적을 깨는 역할을 하는 것이 배우들(배우 1, 2, 3, 4)의 역할. 배우들이 죽음의 강을 건너 사령(死靈)들과 호흡하다가 이승으로 돌아간다는 설정을 통해 관객에게 삶과 죽음의 경계에 대한 사유거리를 던진다.
초연(총 28회) 당시 전석 매진을 달성한 바 있는 ‘햄릿’은 대극장 공연으로는 이례적으로 3개월 장기 공연(총 85회)으로 지난 6월 9일부터 관객과 만나고 있다. 어느덧 반환점을 돈 가운데 80%가 넘는 높은 객석점유율을 유지하며 호평 속 순항 중이다. 지난달 누적 관객 2만 6000명을 돌파했으며 3만 고지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공연은 9월 1일까지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