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전원합의체는 16일 원 전 원장 등 3명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등에 유죄를 선고한 원심을 재판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재판은 인정된 사실관계에 법을 적용해야 하고, 사실관계를 확정하려면 증거능력에 대한 판단을 먼저 해야 한다”고 전제했다. 이어 “이 사건은 검사가 제출한 증거의 능력을 판단해서 국정원 직원들의 사이버 활동이 사실인지를 가린 뒤 정치·선거 관여 의사 아래 이뤄진 것인지 살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재판부는 “원심은 국정원 직원 이메일을 압수해 얻은 자료를 핵심 증거로 채택해 사실관계를 확정했으나, 이 자료에 증거 능력을 인정한 것은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라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해당 증거는 출처를 알기 어려운 조악한 형태의 언론기사 일부분에 불과하고, 이러한 자료가 국정원 업무에 어떻게 활용됐는지 알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작성자가 개인적으로 수집한 것으로 보이는 여행과 건강에 관련한 정보와 신변잡기에 대한 내용도 포함돼 있어 해당 증거가 업무 목적으로 만들어진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했다.
재판부는 “대법원은 국정원 심리전단 직원들의 활동 범위를 적법한 증거를 바탕으로 새로 확정하지 않은 상태에서, 피고인의 행위가 정치관여 및 선거운동에 해당하는지 판단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1심은 국정원법 위반 혐의만 유죄로 보고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4년과 자격정지 3년을 선고했다. 항소심은 원 전 원장의 혐의 모두를 유죄로 보고 징역 3년과 자격정지 3년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이 사건으로 함께 기소된 이종명 전 3차장은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민병주 전 심리전단장은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2년을 각각 선고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