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달 전 여론조사업체 A 대표가 기자에게 한 얘기다. 대선까지 2년반 정도 남긴 시점에도 언급되지 않았다면, 후보 물망에 오를 수는 있어도 실제 대권을 거머쥔 사례는 없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여권이 정권 재창출에 성공한다면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 이완구 전 국무총리, 김문수 전 경기지사, 더 나아간다면 홍준표 경남지사, 남경필 경기지사, 오세훈 전 서울시장 선에서 대통령이 나올 것이란 얘기였다. A 대표는 “노무현 전 대통령도 비록 하위권이었지만 이름을 올리고는 있었다”고 했다.
초유의 메가톤급 파장을 몰고 온 ‘유승민 정국’이 대선 통념도 바꿔놓고 있다. 무명(無名)에 가까웠던 유승민 전 원내대표가 불과 2주 사이에 일약 여권 유력주자로 떠오른 것이다. ‘막차’를 탔다는 해석도 있지만 이런 급부상 자체가 이례적이다.
유 전 원내대표가 박 대통령으로부터 찍힌 ‘약자’가 아니라 엄연한 차기 주자로서 ‘강자’가 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제는 ‘정치인 유승민’을 본격 검증해야 하는 과제가 생겼다는 것이다.
유승민, 차기 대권 지지도서 여권 2위로 급부상
유 전 원내대표는 지난달 23~24일 여론조사에서 5.4% 지지율로 4위에 올랐다. 이때부터 유 전 원내대표는 처음 대권주자로 거론되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이번에는 무려 11.4%포인트 급등해 선두권까지치고 올라왔다. 유 전 원내대표는 그동안 “내공이 있다” “콘텐츠가 있다” 정도의 평가를 받던 기대주였다. 그런 와중에 막상 여론조사 ‘수치’가 나오자 여권도 덩달아 술렁이고 있다.
개혁 보수를 내건 유 전 원내대표는 30대와 40대에서 지지를 받고 있다. 30대와 40대에게 각각 24.0%, 29.7%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보수 성향이 짙은 김 대표는 30대(8.1%)와 40대(9.4%)에서 10%를 넘기지 못 했다. 유 전 원내대표는 정치 성향별로는 중도층과 진보층에서 각각 18.5%, 28.6%로 1위를 차지했다. 보수층(9.2%)에서는 김 대표(33.9%)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유 전 원내대표가 높은 표(票) 확장성을 갖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그는 야당층에서 20.1%를, 무당층에서 20.9%의 지지를 각각 받아 1위에 올랐다.
劉 대권 행보, ‘이제 시작’ 관측…검증 과제 많아
‘정치인 유승민’은 아직 대중들에게 낯설다. 검증된 것에 비해 지지율이 너무 가파르게 올랐다는 냉정한 평가도 있다. 그가 3선 국회의원을 거치는 동안 전국구 행보는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유 전 원내대표 입장에서는 스스로 그리는 시대정신과 그에 따른 정책들을 여권, 더 나아가 국민들에 설득해야 하는 과제가 생긴 것이다. 여권 관계자는 “이를테면 유 전 원내대표의 트레이드마크 격인 사회적경제기본법안은 여권 내에서도 반대가 많다”면서 “새누리당의 정통 보수노선에 중도노선을 접목시키는 게 말처럼 쉽지는 않다”고 했다.
그의 노선을 따르는 ‘유승민계’도 덩달아 주목된다. 최측근인 재선의 김세연 의원과 초선의 김희국 민현주 이종훈 의원 외에 10명 안팎 정도의 세(勢)가 형성돼있다고 한다. 유 전 원내대표의 추후 정치력 여하에 따라 비박계 최대계파인 ‘김무성계’와도 자웅을 겨룰 수 있을 것이란 예측도 있다.
유 전 원내대표 주변에서는 그가 당분간 ‘로키(low-key)’ 행보를 할 것으로 본다. 국회 상임위 활동 등에 주력하고 대외행보는 자제할 것이란 얘기다. 한 측근은 “대선 행보를 보이는 것은 아직 아니다”면서 “당분간 낮게 갈 것”이라고 했다. 또다른 비박계 관계자는 “이제부터 정말 잘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