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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이 할머니는 분홍색 한복을 입고 지팡이에 몸을 의지한 채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기자회견에는 이 할머니를 비롯해 서혁수 정신대할머니와함께하는시민모임 대표, 김현정 배상과 교육을 위한 위안부행동(CARE) 대표, 신희석 연세대 법학연구원 등이 함께했다.
그는 “위안부 문제에 대한 국제사법재판소의 판결을 받아 달라는 게 마지막 소원이다”며 “그것이 우리 할머니들의 명예와 인권을 회복하는 길이다. 간곡히 부탁드린다”라고 울먹였다.
그러면서 이 할머니는 “김학순(1997년 작고) 할머니가 처음 (위안부 문제 제기를) 시작했다. 이제 이용수가 끝을 내겠다”며 “제가 위안부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는데 나중에 먼저 간 할머니들한테 뭐라 말하겠느냐. (할머니들이)‘너 여태까지 뭐하고 왔냐’고 물어도 할 말이 없다”고 말했다.
지난달 8일 서울중앙지방법원은 고(故) 배춘희 할머니 등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피해자들의 손을 들어줬다. 일본이 항소를 하지 않아 판결이 확정됐다.
이날 신희석 연구원은 “최근 국내 재판도 끝났지만, 일본 측에서는 항소하지 않는 등 일개 국내 법원의 판결이라며 정당성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며 “ICJ가 남은 선택지로서 남게 됐다”며 회부를 추진하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ICJ 판결이 나왔을 때 일본이 이를 무시하면 일본이 국제법을 오히려 위반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UN의 주요 사법기관인 ICJ는 규정상 국가만이 제소할 수 있다. 또한, 한쪽 당사자의 청구만으로는 재판을 진행할 수 없으며 이해 당사국들이 모두 동의를 해야 한다.
앞서 존 마크 램지어 하버드대 로스쿨 교수는 일본군 위안부가 납치된 성노예가 아니라는 주장을 실은 논문을 게재해 파문이 일었다. 이에 이 할머니는 “한마디만 하겠다. 역사의 산증인이 이렇게 살아 있지 않느냐”고 잘라 말했다.
한편 하버드대 아시아태평양 법대 학생회(APALSA)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자발적 매춘부라고 규정한 램지어 교수의 역사 왜곡을 바로잡기 위한 온라인 세미나에서 이 할머니를 피해 증언자로 초청했다. 이 할머니는 오는 17일 해당 세미나에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에 대해서 증언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