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양주=이데일리 정재훈 기자] 상수원보호구역 규제로 식당이 한군데도 없어 마을 어린이들이 짜장면 한그릇 사먹지 못하는 곳이 있다.
뿐만 아니라 복통과 두통이 생겨도 약국 조차 없어 같은 북한강 수계에 있으면서도 규제 대상 지역이 아닌 다리 건너 양평 양수리까지 가야하는 안타까운 상황도 이제 이곳에서는 당연한 일이다.
| 북한강을 사이에 두고 마주한 남양주시 조안면(왼쪽)과 양평군 양서면의 모습. 상수원보호구역 규제를 받는 조안면은 규제가 없는 양수리와 달리 평범한 건물 조차 신축할 수 없다.(사진=남양주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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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남양주시 조안면의 이야기로 이곳은 수도권에 거주하는 2600만명의 국민이 이용하는 음용수의 수원지라는 이유로 1975년 상수원보호구역으로 지정됐다.
이 때문에 공장·숙박업소·음식점 등의 영업이 불가능하다.
이곳 주민들은 지난 2020년 10월 상수원보호구역을 규정하고 있는 ‘수도법’이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하며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했지만 4년이 넘게 지나도록 헌법재판소의 판단은 나오지 않고 있다.
이같은 불합리성을 행정적 차원에서 극복하기 위해 남양주시는 ‘투트랙 전략’을 제시했다.
| 남양주시 조안면 주민들이 2020년 10월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한 뒤 헌법재판소 앞에서 상수원보호구역 규제 완화를 촉구하고 있다.(사진=이데일리D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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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트랙 전략’은 주민들이 청구한 헌법소원은 추이를 지켜보는 동시에 조안면에서 발생한 처리수의 상수원보호구역 배출을 제로화하는 내용을 담았다.
시에 따르면 올해 구축을 완료해 운영중인 하수처리 및 방류 체계는 북한강 수질과 수도권 식수원을 보호하기 위해 조안면 일대에서 발생하는 하수를 팔당댐 하류에 위치한 대형처리장으로 이송해 처리하는 방식이다.
이는 조안면 내 하수처리시설을 통해 정화된 물을 상수원보호구역으로 배출하는 과거 체계를 탈피해 이 지역 하수를 상수원보호구역 외 수계에 위한 처리장으로 보내는 방식을 취한 만큼 깨끗하게 처리한 정수 조차도 상수원보호구역으로 유입을 원천 봉쇄하는 시스템이다.
이로써 남양주시는 ‘상수원보호구역 내 오수 오염원 배출(처리수 등) 제로화’라는 무방류 시스템의 기틀을 마련했다.
남양주시가 추진한 투트랙 전략에 따른 성과는 상수원보호구역 내 기존 공공·소규모 하수처리장을 대형하수처리장으로 연계 처리하는 전국 최초 사례로 기록됐다.
| ‘상수원보호구역 내 처리수 배출 제로화’를 통해 폐쇄하는 조안면 내 하수처리장을 친환경 주민쉼터로 조성했다.(조감도=남양주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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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의 판단만을 기다리기 어려웠던 지방자치단체의 이런 노력에 이제는 정부가 규제완화라는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는 것이 이 지역 주민들의 입장이다.
김기준 조안면 주민통합협의회장은 “시의 적극적이고 과학적인 하수도 정책 실현이 조안면 주민들의 의견과 함께한 덕분에 50년 가까이 복지부동이던 일방적 규제가 지금의 시대에 맞는 합리적인 규제로 개선될 희망이 생겼다”고 말했다.
주광덕 시장은 “오랜 세월 시민의 재산권과 생존권을 침해하고 있는 상수원 규제는 변화하는 시대에 맞는 완화가 필요하다”며 “시민들이 안심하고 생업에 전념할 수 있도록 행정력을 집중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