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세대간 갈등 부추기는 기초연금

  • 등록 2013-09-26 오후 6:40:00

    수정 2013-09-26 오후 6:40:00

[이데일리 장종원 기자] ‘청년세대의 미래를 팔아 노인세대에 털어 넣겠다는 거잖아.’

박근혜 정부의 핵심 복지 공약인 기초연금 도입안 기사에 한 네티즌은 이런 댓글을 올렸다. 정부에 대한 불만과 노인세대에 대한 냉소가 함께 엿보인다.

지난 대통령 선거때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향수를 간직한 50·60세대는 새누리당의 박근혜 후보를, 박 전 대통령을 독재자로 기억하는 30·40세대는 민주당의 문재인 후보를 지지하면서 대선판을 뜨겁게 달궜다. 또한 현행 58세인 정년을 60세로 높이는 정년연장을 두고 구직난에 시달리는 20·30세대와 노후 대비를 고민하는 40·50세대 간에 격한 갈등 양상을 보이는 등 세대간 통합이 새로운 과제가 됐다.

그러나 최근 정부가 내놓는 정책을 보면 세대간 갈등을 부추기는 악수(惡手)가 적지 않다. 이번에 공개된 기초연금 도입방안이 대표적이다. 오랜 논의 끝에 정부가 내놓은 최종안은 소득 하위 70%에 기초연금을 국민연금 가입기간과 반비례해서 10만~20만원을 차등 지급하는 게 골자다. 소득 상위 30%의 먹고 살만한 노인은 배제하더라도 경제적으로 어려운 노인에게 20만원씩 기초연금을 지급해 생계를 돕겠다는 취지는 이해한다. 그러나 기초연금 지급액을 국민연금 가입기간과 연계한 결정은 납득하기 힘들다. 성실히 국민연금을 오랜기간 납부할수록 불이익을 당하는 구조여서다.

현재 국민연금 가입기간이 12년을 넘으면 기초연금 수령액은 매년 1만원 가량씩 줄어 20년이 되면 최소액인 10만원만 받게 된다. 가뜩이나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이 떨어져 ‘더 많이 내고 덜 받는’ 구조로 바뀌고 있는 판국에 기초연금마저 손해를 감수하라는 요구를 순순히 받아들일 사람이 얼마나 될 지 의문이다.

“국민연금 가입기간이 길수록 가입자가 받게 되는 총 급여액(국민연금+기초연금)은 늘어나 더 이익이 된다”는 박근혜 대통령의 설명은 ‘눈 가리고 아웅하는’ 격이다. 매달 가입자에게 적립금을 받고, 기금을 투자해 벌어들인 수익을 보태는 국민연금은 가입기간이 길수록 지급액이 늘어나는 게 당연하다.

차라리 청장년층에게 ‘당신들은 노인이 돼도 국민연금을 많이 받아 먹고사는데 지장 없으니, 기초연금은 당장 먹고살기 어려운 노인들에게 좀 양보하라’고 요구하는 게 솔직하다. 결국 소통이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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