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이데일리 신정은 특파원] 중국이 미국의 압박 속에서 반도체 자급에 속도를 내고 있는 가운데 지난해 중국의 반도체 생산량이 전년보다 33% 이상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중국에서 지난 3년간 최첨단 반도체 제조사를 만들기 위한 노력을 기울였으나 실패했다는 외신 보도가 나온 직후라 더욱 주목된다.
| (사진= AF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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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일간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2021년 중국 내 반도체 집적회로(IC) 생산량이 3594억개로 전년보다 33.3% 증가했다고 중국 국가통계국의 관련 통계를 인용해 18일 보도했다. 지난 2020년 증가율인 16.2%의 배에 달한다.
여기에는 중국 기업 뿐아니라 삼성전자, TSMC, 인텔 등 현지에 진출한 외국 기업이 생산하는 반도체 제품이 모두 포함된다. 그러나 중국 당국의 반도체 자급 노력이 생산량 급증에 일정한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SCMP는 “이번 공식 통계는 반도체 자급을 추진하는 가운데 생산량을 늘리려는 중국의 노력을 두드러지게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미국 반도체산업협회(SIA)는 최근 중국의 전 세계 반도체 점유율이 2020년 9%에서 2024년 17.4%로 증가해 한국에 3%포인트 차로 근접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이렇게 되면 중국은 미국과 한국에 이어 생산량 기준에서 세계 3위의 반도체 강국이 된다.
중국의 반도체 생산량이 늘어나긴 했지만 기술 수준은 여전히 미국, 한국, 대만과 격차가 큰 것으로 평가된다. 중국은 컴퓨터용 중앙처리장치(CPU)와 스마트폰용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같은 비메모리 반도체 외에도 디램과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 반도체 제품도 대부분 수입에 의지하고 있다.
앞서 월스트리트저널(WSJ)은 9일(현지시간) 기업 발표와 중국 관영매체 보도, 지방정부 문건 등을 분석한 결과 중국에서 지난 3년간 최소 6개의 신규 반도체 제조 프로젝트를 시도했으나 성과를 내지 못했다고 보도했다. 이들 프로젝트에 투입된 금액은 최소 23억달러(약 2조 7690억원)로 대부분의 자금은 정부가 지원했다.
중국 정부는 업계 선두인 삼성과 TSMC를 따라잡을 정교하고 복잡한 칩을 만들 수 있는 기업을 키우기 위해 공을 들였으나, 일부 기업들은 단 한 개의 반도체조차 만들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중국은 미국의 압박 속에서 2025년까지 반도체 자급률을 70%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로 대규모 투자와 파격적 세제 혜택 등을 제공하고 있다. 중국 반도체 회사들의 생산량이 자국 내 수요의 약 17%밖에 충당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