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삼성물산-KCC 계약에 엘리엇 개입 이해 안가"

삼성물산 자사주 의결권 행사금지 가처분 항고심 진행
엘리엇 "지배권 강화 목적" vs 삼성물산 "합리적 경영판단"
법원, 주총일 17일 이전 판단 내릴 듯
  • 등록 2015-07-14 오후 4:47:21

    수정 2015-07-14 오후 4:47:21

[이데일리 장종원 기자]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와 삼성물산(000830)이 KCC에 넘긴 삼성물산 자사주 의결권 행사 여부를 두고 법정에서 다시 맞붙었다. 1심에서 패한 엘리엇은 심리에서 “자사주 처분의 결과가 전체 주주들의 이익에 반한다”는 점을 부각시킨 반면, 삼성물산은 “합리적 경영판단”이라는 점을 설명하는데 주력했다.

재판부는 “삼성물산과 KCC라는 3자간의 매매계약을 엘리엇이 어떤 권리로 개입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며 의문을 제기해 눈길을 끌었다.

서울고등법원 민사40부(이태종 부장판사)는 14일 엘리엇측이 ‘삼성물산 자사주 의결권 행사 금지’ 가처분 신청의 항고심 심리를 진행했다. 13일 열린 ‘삼성물산 주주총회 소집 및 결의금지 가처분’ 항고심 심리에 이어진 것이다.

엘리엇측은 삼성물산 주주총회 개최를 저지하기 위해 두번의 가처분 신청을 냈지만 모두 기각당했다. 하지만 엘리엇측이 모두 항고해 임시 주주총회를 이틀 앞둔 이날 급히 심리가 진행됐다.

전날 주가로 합병가액을 규정토록 한 국내 자본시장법의 위헌성을 주장한 엘리엇측은 이날도 삼성물산이 자사주를 KCC에 매각한 것은 위법하다고 주장했다.

엘리엇측은 “자사주 처분의 목적과 시기 모두 공정성 합리성이 없으며 주된 목적이 지배권 강화에 있다”면서 “개정상법상 주주 평등의 원칙을 위배하고 회사와 주주의 일반이익에도 반한다”고 강조했다.

제일모직 패션사업부문 매출이 1조 9000억원에서 6년만에 8조원으로 뛰는 등 삼성물산이 주장하는 합병 시너지 또한 매우 비현실적인 가정에 기초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합병으로 인한 삼성물산 주주의 손해만 약 8조 3000억원에 이른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삼성물산측은 “자사주 매각은 합병 성사를 위한 우호지분 확보, 주식매수청구권 행사를 대비한 매수 대금 조달 목적, 현물 중간배당을 요구하는 엘리엇 공격으로부터 회사와 주주를 보호하기 위한 목적으로 합리적 경영판단에 의해 정당하게 체결됐다”고 반박했다.

또한 삼성물산이 1분기 손실이 발생하는 등 앞으로의 경영환경이 비관적인 상황에서 합병을 통해 돌파구를 찾으려는 합리적 이유가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국제 의결권 자문기관 ISS(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s)가 합병 부결시 삼성물산 주가의 23% 하락을 예상하고 있다며 합병이 오히려 주주에 이익이라는 점도 부각시켰다.

KCC측은 “엘리엇은 합병 주총 이후에도 별도의 소송으로 손해를 회복할 수 있지만 가처분이 인용되면 KCC는 의결권을 행사할 기회조차 얻지 못하게 된다”면서 “법원이 업격히 판단을 해달라”고 요청했다.

한편 이날 재판을 맡은 이태종 부장판사는 “(삼성물산과 KCC라는) 3자간의 매매계약을 채권자(엘리엇)가 어떤 권리로 개입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가처분 신청의 당사자가 되는지 의문이라는 설명이다.

이에 대해 엘리엇측은 “매매계약으로 주주의 의결권이나 배당권 등에 직접적 피해를 야기하는 것이기 때문에 신청인의 지위는 직접적이고 구체적인 이해관계에 있다고 볼 수 있다”고 반박했다.

재판부는 삼성물산 임시 주주총회가 열리는 17일 이전에 판단을 내리겠다는 뜻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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