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일각에서는 빅파마의 관심을 끈 글로벌 AI 신약 개발사의 후보물질도 임상 1상 진입 단계 수준으로 이를 역전시키는 것이 가능하다는 의견이다. JW중외제약(001060) 역시 자체 AI를 통한 항암 신약을 발굴해 임상 1상을 진행 중이다. 이외에도 보령(003850)과 유한양행(000100) 등도 국내 AI 기업과 협업을 통한 연구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
20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AI 기반 화합물 신약 발굴 전문 슈뢰딩거를 필두로, 단백질 신약 설계 전문 미국 ‘제너레이트 바이오메디슨’(제너레이트)과 ‘아소모픽랩스’ 등이 주목받아 왔다.
미국 나스닥에 상장된 슈뢰딩거는 물리화학적 상호작용에 대한 예측 및 계산을 수행하는 AI 솔루션을 개발했다. 회사는 현재까지 SGR-1505(림프종 및 백혈병·글로벌 1상 진행), SGR 2911(고형암·글로벌 1상 진행) 등을 발굴해 직접 임상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슈뢰딩거는 지난 2020년 미국 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BMS)과 27억 달러 규모의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이외에도 회사는 독일 바이엘이나 영국 아스트라제네카(AZ) 등 여러 글로벌 제약사와도 협력 관계를 맺고 있다. 슈뢰딩거의 시가 총액은 19일 기준 14억6700만 달러(한화 약 2조원)이다.
이들 기업을 위협할 다크호스로 떠오르는 기업이 바로 아이엠빅이다. 지난해 10월 회사는 엔비디아와 제너레이트, 국내 그래디언트 등 여러 기업으로부터 1억 달러 규모의 시리즈B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지난 3월 아이엠빅은 자체 개발한 HER2 타깃 티로신키나아제 억제 기전의 ‘IAM1363’에 대해 고형암 대상 임상 1상의 투약을 개시했다. 대표적인 HER2 양성 고형암 치료제인 로슈의 ‘허셉틴’(성분명 트라스트주맙)과 IAM1363의 탐색적 효능을 비교하는 내용도 임상 설계에 포함됐다. IAM1363 관련 임상 1상은 총 287명을 대상으로 진행되며 2028년 상반기에 종료될 예정이다.
IAM1363의 발굴부터 임상 1상 개시까지 2년밖에 걸리지 않았다는 점도 함께 주목받고 있다. AI 신약 개발 업계 한 관계자는 “빠르면 2년, 길면 3~4년 걸리는 등 수년간 연구해 선도물질을 도출하던 작업이 AI를 통하면 3~6개월 안팎으로 단축된다”며 “아이엠빅의 경우 투자 유치를 통한 자금력과 내부적으로 빠른 의사결정이 더해져 임상 1상까지 단기간에 밀어붙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JW중외’ 자체 AI 고도화, ‘유한양행’ 등 K-바이오텍과 협업 활발
K제약바이오 기업도 자체 솔루션 확보 또는 국내외 바이오텍과의 협업을 통해 AI 기반 신약 개발을 이어가고 있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에 따르면 2022~2023년 사이 52개 기업이 총 88건의 AI기반 신약개발 연구를 수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JW중외제약 관계자는 “클로버는 ‘STAT’, 줄얼리는 ‘Wnt’라는 생체 내 신호전달경로에 각각 최적화하기 위해 우리가 연구해 온 데이터에 AI를 접목해 고도화하고 있는 플랫폼이다”며 “이를 통해 항암과 탈모 분야 선도물질을 1종씩 도출해 임상 진입을 시도했다. 효능을 검증하기 위한 노력을 진행해 나가겠다”고 설명했다.
|
또다른 업계 관계자는 “저분자 화합물이나 단백질을 설계하는 AI 기술력은 글로벌 기업과 국내사 사이에 큰 격차는 없다”며 “다만 한국의 경우 임상까지 진입하는 데 보다 신중한 의사결정이 이뤄진다. 아이엠빅처럼 2년 만에 도달하려면 빠른 결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AI를 통한 신약개발이 해외사 대비 속도가 느린 이유는 기술 때문이 아니라는 얘기다.
그는 이어 “현재까지 AI를 통해 발굴한 물질 중 임상 2상 등을 거쳐 효능까지 확인돼 그 결과가 공표된 사례는 나오지 않았다”며 “국내사들의 AI 솔루션의 가치도 빅파마로부터 주목받을 잠재력이 있다”고 강조했다.